국내 연구진이 선박과 항만, 해양 시설에 센서와 통신 장치를 설치해 해양 데이터를 수집하고 안전 관리와 환경 감시에 활용할 수 있는 해양 사물인터넷(MIoT) 통신망을 세계 최초로 실해역에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서해와 남해 해역에서 MIoT 통신망을 구축해 최대 35㎞ 통신 거리와 30기 단말의 동시 접속을 실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에서 정의한 사물인터넷 국제표준 기술을 실제 바다에서 시험해 검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개발된 MIoT 통신망은 해양 기상, 생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공공기관과 공유하는 빅데이터 체계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 항로표지, 어구, 양식시설, 무인도서 관리 등 해양 시설물의 효율적 운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소형 선박이나 구명조끼, 해양 부유물 추적 등 국민 안전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어 그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
연구진은 해양수산부가 2023년에 확보한 450MHz 대역 공공 전용 주파수를 활용해 기지국, 단말, 코어망, 응용 서비스가 연계된 독립형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지난 6월에는 여수 오동도 등대에 기지국을 설치하고 시험 등부표 등 6개 지점에 30기의 단말을 배치해 실제 데이터 송수신에 성공했고 8월에는 군산 말도 등대에 기지국을 구축하고 군산항과 비응항, 장항항, 격포항 등대에 단말을 배치해 통신 실증을 이어갔다.
그 결과 오동도 기지국과 낭도항 단말 간에는 27㎞ 통신이, 말도 기지국과 장항항 단말 간에는 35㎞ 통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배치된 단말들은 네트워크에 접속한 뒤 GPS 위치, 등명기 점등 상태, 충격 감지, 배터리 잔량 등을 3분 주기로 전송하며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여수와 군산 지역 항로표지에 설치된 30기의 단말이 동시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고 상용 시험 장비를 통해 최대 1000기의 단말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ETRI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 동·서·남해 3개 권역에 MIoT 시범망을 구축하고, 2030년 이후에는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ETRI가 개발한 MIoT 시스템은 기존 육상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과 달리 독립망 방식으로 구축되며 해상 환경에 최적화된 저전력 송수신 기술과 안전 서비스용 메시지 우선 처리 기능을 적용했다.
이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특화된 LTE-M과 달리 저전력·저비용 단말에 맞춘 통신망으로, 기존 해상 통신망과 상호 보완해 육상과 유사한 수준의 촘촘한 해양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제항로표지기구(IALA)는 이미 해양 IoT 기술의 국제표준화 작업을 시작했고 정부도 ‘제3차 항로표지 기본계획(2025~2029)’과 ‘해양 항행정보시스템 혁신 전략(2025.4)’을 수립해 전국 단위의 해양 IoT 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ETRI의 성과는 국제표준화 대응뿐 아니라 ‘항로표지 국제협력센터’ 국내 유치, 해외 기술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과제책임자인 조성철 박사는 “세계 최초로 실해역에서 MIoT 통신망을 검증한 것은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향후 해양 빅데이터 기반의 신산업 창출과 국가 해양안전 인프라 확충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앞으로 동·서·남해 시범망 구축 및 국제표준과 연계한 기술 고도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해양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TRI 위성통신연구본부 이문식 본부장은 “공공주파수를 확보해 실제 해상에서 독립형 해양 IoT 네트워크를 구현하고 스마트 항로표지 기반 해양 IoT 통신망을 실증한 것은 국내 최초이자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성과”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해양 안전관리 및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립해양측위정보원, 항로표지기술원, 국내 통신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했고 ETRI는 Rel.16 NB-IoT 시스템의 실해역 기능 검증을 완료했다. 앞으로는 후속 연구를 통해 시스템 고도화와 상용화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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