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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만큼 나를 몰입하게 하는 운동이 또 어디 있을까”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 인터뷰]

김명선 윈스파이어 대표

SK하이닉스 전신 등서 ‘반도체밥’ 30년

디스플레이패널 슬리밍 사업체 매각 때

인수한 자회사 키워 분야불문 투자 활동

“골프와 투자엔 묘하게 닮은 구석이…”





‘기업 인큐베이터’를 일구며 다양한 분야에 투자 활동을 하는 김명선(사진) 윈스파이어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역시 화학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딴 뒤 반도체 회사에서 일했다. 그 길을 그대로 갔으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서울 강남의 윈스파이어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중학교 때 상업 과목을, 고교 땐 공업을 배웠는데 상업을 유독 재밌어했다”고 돌아봤다. 아버지 권유에 화공과를 나온 뒤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에 들어가 7년을 일했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의 자회사인 AKT코리아로 옮겨 10년을 지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세계 1위 기업. 이후 차린 회사인 지디도 디스플레이 제조용 부품소재 전문인 반도체 관련 기업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반도체밥’을 도합 30년 먹고는 지금의 이 투자 쪽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세상일이란 게 하나의 목표에 너무 매이면 매몰되니까 목표를 정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그러다 보면 기회는 온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 얘기에 공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하나만 보고 매진하다 보면 조금만 틀어져도 못 견디고 좌절할 수 있으니까 그때그때 열심히 살면서 다양한 기회가 왔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괜찮은 자세”라며 “물론 역사에 남을 위인은 못 되겠지만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이렇게 됐다”고 했다.

투자 일은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재밌어요. 왜냐면 분야를 가리질 않거든요. 생전 모르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고 또 모르던 기업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돈을 벌지 분석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도 투자를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주제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아들 이야기로 이어졌다. 장남이 엔터테크 기업 노머스의 대표 김영준씨다. 노머스는 가수·배우 등 아티스트들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상품 기획, 팬덤 플랫폼 지원 사업을 한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의 영준씨가 2019년 창업한 이 회사는 제휴하지 않은 유명 기획사가 드물 정도로 업계에서 이름이 높다. 아버지 김 대표는 “방향을 정해 놓고 가면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기에 자식들한테도 미래에 대해 강요하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차남도 창업투자회사를 다닌다. 핏줄에 투자 DNA라도 흐르는 모양이다.

장남 영준씨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 기자간담회를 통해 널리 얼굴을 알렸다. 12년 전쯤 아버지 김 대표도 같은 목적의 기자간담회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김 대표가 창업해 코스닥 상장사로 키운 지디는 디스플레이 패널 외면 유리를 얇게 가공하는 슬리밍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삼성에 납품하면 애플로 공급되는 구조였다. “애플 아이패드가 뜰 때여서 각광을 받았죠. 급성장했는데 급격하게 시장이 꺾였어요. 패드는 휴대폰과 달리 신제품이 나와도 교체 수요가 많지 않았던 거죠. 쓰던 걸 계속 쓰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대체되면서 유리 가공의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고요.”

직원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회사를 마냥 붙들고 있을 순 없었다. 마침 인수자가 나타나 지디를 매각했고 그 자금으로 자회사를 샀다. 그 자회사가 바로 윈스파이어다. ‘위 인스파이어(We Inspire)’에서 나온 사명(社名)으로 스타트업들에 영감을 주겠다는 뜻이 담겼다.

김 대표는 “1억을 투자했는데 10억이 돼서 돌아왔다고 하면 투자받은 회사는 최소 20~30배 성장했다는 뜻”이라며 “다들 초기 투자는 꺼리는 환경인데 그 가운데서 제법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대표는 베스트 스코어가 3언더파인 골프 고수다. 재작년까지도 언더파를 쳤다. 대학 동문 대회 등에서 딴 메달리스트 트로피가 수두룩하다.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하면서 골프가 부쩍 늘었다는 그는 “경쟁심을 갖고 타수에 굉장히 민감한 골프를 했다. 골프란 게 귀한 시간 내서 비싼 돈 주고 온 거니 엄격하게 제대로 치자는 주의였는데, 나이도 어느 정도 먹고 하니 귀한 시간 내서 비싼 돈 내고 왔으니 즐겁게 놀고 가자는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어느 쪽이든 다 맞는 것 같다. 내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쪽을 강요하진 말자고 다짐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75세, 80세 되면 다 100타에서 만나는 거 아니냐는 얘길 친구들끼리 나눈다. 이젠 ‘누가 더 잘 치냐’보다 ‘누가 더 오래 치냐’로 겨루게 될 거란 얘기가 오간다”며 웃었다.

어떻게 보면 골프는 투자와 닮은 구석이 있다. “오잘공(오늘 가장 잘 맞은 공)이 그린 넘어가서 OB 날 수도 있고 머리를 딱 친 공이 구르고 굴러 홀에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투자도 의외성이 있거든요. 연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골프를 잘 친단 보장은 없고 투자도 열심히 스터디하고 발품 판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진 않죠. 그렇지만 연습을 안 하고 골프 잘 치길 기대할 순 없듯이 투자도 마찬가지겠지요?”






18문 18답

1 구력

1997년 IMF 시기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음

2 평균 타수

지금은 부상 영향으로 80타 정도

3 월 평균 라운드 수

10~12회

4 보유 골프 회원권

뉴스프링빌, 아시아나, 천룡, 설해원, 카스카디아

5 평소 코스를 평가할 때 우선으로 삼는 기준

그린 및 페어웨이 관리 상태가 우수하면 다른 단점이 있더라도 대부분 상쇄 가능. 과도하게 불공정한 페널티 구역 및 구제 구역은 경기의 집중을 떨어뜨림. 플레이어 배려보다는 매출 극대화 경영 방침이 보이면 심각한 감점 요인

6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골프장



가을의 이스트밸리와 천룡은 정말 아름다움

7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골프장

새로 생긴 카스카디아. 원톱인 클럽하우스와 요소요소의 아름다운 바위는 독특하다는 관점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음

8 나의 베스트 파3 홀은

우정힐스 13번 아일랜드 파3 홀. ‘스플래시’라는 별명이 붙어있음. 길지 않지만 빠른 그린과 주변의 벙커 때문에 쉽지 않은 홀이며 당시엔 아일랜드 홀이 많지 않아서 기억에 남았던 홀

9 나의 베스트 파4 홀

비전힐스 이스트 코스 2번 홀. 티샷을 너무 멀리 보내도 안 되고 너무 짧게 보내도 세컨드 샷 공략이 힘들어지는데 그린도 약간의 포대 형태라서 공략이 매우 까다로운 홀임

10 나의 베스트 파5홀

안성 마에스트로 18번 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어 쉬워 보이지만 아름다운 클럽하우스 배경의 아일랜드 그린이 전략적인 세컨드 샷이나 공격적인 투온 공략을 선택하게 만든다

11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 골프장만의 자랑은

자연미와 인공미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경치와 경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캐디와 진행, 더울 때 시원한 음식, 추울 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늘집이 외국의 골프장에서 마주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12 한국의 골프장 문화 중 이어져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은

운동 후 즐기는 목욕과 맥주 한 잔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과도한 내기로 인한 부작용은 골퍼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함

13 우리나라 골퍼들이 꼭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매너, 에티켓은

앞뒤 팀은 물론 동반자를 배려하는 마음. 귀한 시간과 비싼 요금을 내는 만큼 동반자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음을 내지 않고 시선에 걸리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필요함

14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는 어떤 동반자라고 생각하나

위 내용에 덧붙여서 과도한 승부 집착보다는 경기를 즐길 만큼의 실력도 필요하다

15 가장 좋아하는 골프 선수는

김효주 선수. 스윙 교본에 나오는 완벽하고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준다. 털털하고 여유 있는 성격도 좋고 귀엽고 예쁜 외모도 최고임

16 좋아하는 골프 금언은

골프 금언은 아니지만 끝까지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17 골프 입문 계기는

미국 회사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던 시기에 IMF 사태가 왔고 국내의 모든 산업이 얼어붙은 시기라 출근해서도 할 일이 없었을 때 상사의 강력한 권유로 실내 연습장을 다니기 시작함

18 나에게 골프란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친한 친구와 다투게도 만드는 요물같은 존재지만 골프를 치지 않았다면 어떤 것이 나를 이만큼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매력적인 운동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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