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게시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해당 글을 직접 인식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방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18일 SNS 트위터에서 B씨와 다툰 뒤 B씨에게 차단당했다. 이후 A씨는 트위터의 ‘멘션’(특정 사용자를 언급해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이용해 B씨의 계정을 특정한 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작성해 게시했다. B씨는 A씨를 차단한 상태라 해당 알림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별도 계정을 통해 A씨의 계정을 찾아가 해당 글을 확인했다.
쟁점은 성폭력처벌법상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A씨를 차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게시글에 관한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B씨가 스스로 검색해 게시글을 확인한 것이므로, 해당 글이 피해자의 지배권 내에 들어가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서 정한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해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며 “해당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상대방이 직접 접한 경우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에 두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해당 글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행위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상대방이 실제로 글을 인식하거나 확인했는지 여부는 구성요건의 충족 여부와 무관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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