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 주요 사업장에서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세계 경제가 급변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노사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진다면 개별 기업 존립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7일 광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사는 4일 광주공장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상 6차 교섭을 벌었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를 보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14만1300원 인상을 비롯해 2024년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재산정, 정년 연장을 포함한 복리후생 등을 요구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엔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본다. 금호타이어는 5월 발생한 광주공장 화재로 전체 물량 중 20% 이상의 생산이 중단됐다. 광주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화재에 따른 지역 내 경제적 손실액이 연간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측은 공장 이전에 드는 비용(1조2000억 원 추산)도 부담이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사는 1단계로 연 530만 본 생산을 위한 공장을 2027년 말까지 전남 함평군 함평빛그린산단에 건설하고 2028년 1월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광주공장 부지를 매각하면 2공장 건설도 추진할 계획인데, 구성원 고용 보장도 합의한 상태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는 현재 일반직 351명, 기능직 1853명 등 총 2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노사관계는 더 심각하다. GGM은 국내 첫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계속되는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GGM 노조는 사측이 임단협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올해 1월부터 수시로 파업에 나서고 있다. 임단협에 따른 파업에다 대출금 조기상환을 둘러싼 파업까지 겹치면서 올해 발생한 파업만 9번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GGM의 차량 생산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 GGM이 전담하는 현대자동차 캐스퍼는 지난해만 해도 한 달 평균 2800대가 생산됐으나 올해부터는 한 달 600여 대 수준으로 줄었다. 내수용 캐스퍼 전기차 생산도 연초 월 평균 1000대가량에서 7월 640대로 감소했다.
광주 노사민정협의회는 당초 약속인 35만 대를 생산할 때까지는 파업을 유보하자고 권고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측은 지난달 28일 전남 함평경찰서에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소속 조합원 25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업무방해와 기물파손, 건조물 침입이 사유였다. 노조의 불법행위 관련 영상 등 증거물은 이미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맞불을 놓고 나섰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지회장을 상대로 한 사내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을 짓밟은 중대한 사건이자 광주의 이름으로 추진된 상생형 일자리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광주의 청년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볼모로 삼는 기만과 물타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 경제단체는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김동찬 광주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GGM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대명제에 따라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시민 혈세도 투입된 곳”이라며 “노사 상생의 가치를 잊지 않는 선에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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