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의 명물 전차 푸니쿨라에서 대형 탈선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2명을 포함해 16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5명은 위중한 상태다. 고풍스러운 도시 매력을 상징하던 전차가 이번 사고로 노후 인프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는 지난 3일(현지시간) 푸니쿨라 글로리아 노선에서 일어났다. 전차가 경사 256m 구간 아래쪽 커브에서 선로를 이탈해 건물과 충돌하면서 차량은 심하게 찌그러졌고 연결 케이블도 끊어졌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1914년 전기화 이후 지금까지 구식 금속과 목재를 유지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조르제 실바 포르투갈 재난방재 기술 전문가 협회 부회장은 “탄소섬유 같은 신소재로 제작됐다면 충돌의 파괴력이 줄었을 것”이라며 “역사적 외형은 보존하되 소재는 현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차의 운행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푸니쿨라는 두 대의 전차가 케이블로 연결돼 교대로 언덕을 오르내리는 구조인데, 전동 모터가 케이블을 잡아당기는 ‘펜듈럼 시스템’이 핵심이다. 수십 년간 검증된 기술이지만 최근 10년간 관광객이 몰리면서 글로리아 노선 승객은 3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과부하가 시스템에 부담을 줬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포르투갈 교통노조 연맹의 마누엘 레알 위원장은 “케이블 장력 문제로 제동이 어렵다는 불만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복됐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도 제동 장치 역할을 하는 케이블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운영사 카리스 측은 모든 유지·보수 절차를 이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급증한 수요에 맞춘 더 철저하고 빈번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주포르투갈 한국 대사관은 현장을 방문해 피해 한국인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포르투갈 정부는 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루이스 몬테네그로 총리는 “이번 비극은 국경을 넘어선 것으로 최근 역사상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라며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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