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회사)을 상대로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불법체류자 단속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강제수사 과정에서 출장차 현지에 방문한 한국인 관계자 3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미 현지 공장 운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4일(현지 시간) 오전부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HL-GA 배터리 회사 건설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지아주 현지 매체인 WSAV TV는 이날 ICE가 현장 노동자, 일용직 현장 근로자 등 450여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 중 대부분은 추가 조사를 위해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시설로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체포된 인원 중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소속 팀장, 책임, 선임급 출장자 등 한국인 300명가량이 포함됐다. ICE는 불법체류 일용직 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근로를 할 수 없는 상용비자(B1)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 한국인들을 발견해 함께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관계자는 “헬기와 장갑차와 함께 총기를 든 미국 이민 당국 관계자들이 하루 종일 공장에서 신분 검사를 진행해 공사가 올스톱됐다”고 했다. HL-GA 배터리 회사 측은 “임직원과 협력사 인원들의 안전과 구금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통역 및 변호사 지원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 업체의 경제 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인 사회에 강압적인 이민 단속이 벌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습 단속 대상이 된 한인은 음악가·유학생 등 나이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에 장기 체류한 한국인 영주권자들조차 이민 단속 당국에 구금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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