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원주민을 몰아낸 뒤 최소 10년간 신탁통치하며 관광·첨단산업 허브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38쪽 분량의 제안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행정 권한과 책임을 미국·이스라엘 양자 협약에 따라 ‘그레이트 트러스트’에 이양하게 된다. ‘가자 재구성, 경제 가속화 및 변환 트러스트(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로 명명된 이 계획의 핵심은 가자지구 주민 약 200만 명을 재건 기간 동안 다른 국가로 이주시키거나 가자 내부의 제한 구역으로 일시 이전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새로운 정치 체제가 준비될 때까지 가자지구를 최소 10년간 관리하며 관광과 제조업 중심으로 재건한다. 가자지구에 토지를 소유한 주민은 트러스트에 토지 재개발 권리를 넘기는 대가로 디지털 토큰을 받게 된다. 이 토큰은 이주 자금으로 쓰거나 향후 가자지구에 들어설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아파트 분양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번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2월 제시한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연안의 프랑스 유명 휴양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수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해 세계적 휴양지로 재건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 자금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골자다. 제안서는 전기차 공장, 데이터센터, 고층 아파트, 해변 리조트 등 ‘메가 프로젝트’에 총 1000억 달러의 민간 및 공공투자를 유치해 10년 뒤에는 약 네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재 이스라엘·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식량 배급 계획에 대한 논란이 크고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과 달리 이 계획은 기부에 의존하지 않아 비교 우위가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다만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원주민 이주 문제를 두고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인도주의 단체의 반발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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