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1일 이재명 정부의 2026년 예산안을 두고 “한 해에만 109조 9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사상 유례없는 빚잔치 예산안”이라고 비판하며 대규모 칼질을 예고했다. 신임 지도부 체제로 전열을 가다듬은 여야가 새 정부 첫 정기국회부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양보 없는 ‘예산·입법 전면전’을 치를 분위기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9월 1일 본회의장에서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고 내각 인사청문회·교섭단체 대표연설(9월 9~10일)·대정부 질문(9월 15~18일)·국정감사 등 본격적인 의사 일정에 돌입한다. 무엇보다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가 반영된 내년도 슈퍼 예산안이 여야의 주요 충돌 지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 원 내년도 예산안을 “국민부담 가중 청구서”라며 “국민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해 증세라는 세금 폭탄을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가채무는 2025년 본예산보다 142조 원(11.2%)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를 넘어섰다”며 “이에 국채 이자가 30조 1000억 원으로 16% 증가했고 향후 이재명 정부 임기 내 국가채무 2000조 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10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에 대해서는 “국민 깡통 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해당 재원이 한국 정부가 관세 인하를 위해 약속한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에도 국민의힘은 주목했다. 연기금 자금 등으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의 지원을 받은 국내 기업이 미국의 생산 설비에 투자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대미 투자액에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될 시 국민 건강보험료율과 전기료, 고용보험료 등 공공요금 줄인상으로 이어져 민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게 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방만 재정 구조가 실제로는 국민 일상에 직접적인 ‘비용 청구서’로 전환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떠넘겨진다”며 “각종 펀드 예산이 대규모로 증액되고 정책펀드 투자가 민간 경쟁력을 능가하지 못하며 혈세만 낭비될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권 지지 세력에 대한 예산청구서 성격의 사업도 철저히 찾아낸 뒤 전액 삭감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입법 과제에 대한 입장 차도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수사·기소 분리를 명문화한 정부조직법을 9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 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이상기류설을 언급하며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 간 수사·기소 분리, 검찰청 폐지에 관한 검찰 개혁의 큰 방향에 이견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여당은 또 가짜뉴스 생산·유통을 제재하는 언론 개혁, 대법관 수를 늘리는 대법원 개혁, 공공기관 임원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장 알박기 방지법’ 등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수적 열세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기업·반시장적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장내·장외 투쟁을 벼르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남은 내각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자에 대한 추가 낙마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9월 2일)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 후보자(5일)에 대한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민주당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던 배임죄 완화 논의도 여당이 ‘개혁 입법’만 강조한 탓에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타협과 협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원식 때 전원 한복을 입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검정 양복·넥타이, 근조(謹弔) 리본 등 ‘상복 차림’으로 참석해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항의하는 뜻을 전하기로 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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