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스티븐 승준 유·48)씨가 비자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5년과 2020년에 이어 지난해 제기한 세 번째 소송에서도 법원이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3년째 입국금지 상태인 유씨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다만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법무부가 해당 결정을 풀지 않는 이상 유씨는 무한히 소송을 반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비자) 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씨에게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3차 거부 처분으로 얻게 될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유씨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국이 허가돼 국내에 체류하게 되더라도, 성숙해진 국민들의 비판적 의식 수준에 비춰볼 때 유씨의 존재나 활동이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제3차 거부 처분은 법리적으로 볼 때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어 법원으로서는 이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러한 결론이 유씨의 과거 행위가 적절했다고 판단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2002년 1월10일 공연 목적의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했다. 이후 같은 달 18일 미국에서 시민권 취득 인터뷰에 참석해 미국 시민권을 얻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 법무부는 같은 해 2월1일 출입국관리법 제11조 등에 따라 유씨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씨는 2015년 8월과 202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비자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모두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은 지난해 6월 17일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을 거쳐 유씨의 신청을 다시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씨는 같은 해 9월 세 번째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두 차례 유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총영사관은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을 토대로 비자발급을 거듭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이번 소송에서 간접강제신청도 함께 냈다. 간접강제신청은 거부 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행정청이 재처분을 지연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상명령 등을 통해 판결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절차다. 아울러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에 대해서도 부존재 확인을 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간접강제신청과 입국금지결정부존재확인 모두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본안 판단 이전에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간접강제신청에 대해 “1·2차 거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피고가 재처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제3차 거부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피고가 재처분 의무를 임의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거부 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된 뒤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를 근거로 다시 거부 처분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처분도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의 재처분에 해당한다고 본다. 유씨가 2020년 10월 인스타그램에서 누리꾼과 설전 중 상대방을 ‘개돼지’라 언급한 언행 등이 이번 제3차 거부 처분의 새로운 사유로 작용했다.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부존재확인 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2002년 법무부의 해당 결정은 내부 결정에 불과해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결국 유 씨와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사이의 비자 관련 소송은 사실상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을 소송을 통해 취소시킬 수 없는 이상, 총영사관은 비자발급 심사 과정에서 언제든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을 사유로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 씨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며 “이론상 소송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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