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 학교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가 발생해 어린이 최소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총기난사범은 트랜스젠더로 범행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기독교, 유대인 등에 대한 강한 증오감을 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미니애폴리스 수태고지 가톨릭 학교에 무장한 범인이 나타나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소총·권총·산탄총을 각각 한 자루씩 소지한 용의자는 8시 15분부터 미사가 진행 중이던 성당에 접근한 뒤 창문을 통해 총격을 가했다. 잠시 뒤에는 내부로 진입해 추가 사격을 가했다. 이 사고로 신도석에 앉아 있던 8살과 10살 어린이가 숨졌다. 6세~15세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17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사 후 학생들이 시편 139편을 암송하고 있을 때 내부에 총격 소리가 퍼지고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다"며 “새 학기의 기쁨은 테러와 혼돈으로 뒤바뀌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교회 뒤쪽으로 이동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가 23세 트랜스젠더 여성인 로빈 웨스트먼이라면서 태어났을 때는 로버트 웨스트먼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은 용의자에게 전과 기록이 없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에 사용된 총기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프리스쿨(유치원)부터 8학년(중학교 과정)까지 있는 시설로 1923년 설립됐다. 새 학기를 맞아 사흘 전부터 학교에 나온 어린이들은 첫 주를 기념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에 모였다가 참변을 당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사 당국은 테러나 특정 종교를 겨냥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용의자의 유튜브 영상에는 과거 총기 사고 가해자를 숭배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용의자 영상에는 일기, 총기, 탄환, 난폭한 언어로 갈겨쓴 폭발물 추정 물체들이 올라와 있다"며 “일기에는 기초적인 러시아어와 어린이들을 죽이는 묘사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가 사용한 10개의 탄창에도 혐오 표현들이 쓰여 있다. 반흑인, 반유대, 반종교적 메시지가 담긴 글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대통령)를 죽여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이번 사건을 가톨릭 신자들을 향한 테러이자 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미국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버나드 헤브다 미니애폴리스 대주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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