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까지 도청한 중국 연계 해커 조직 ‘솔트타이푼(Salt Typhoon)’의 활동이 무려 80여 개국에 걸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 확인됐다.
27일(현지시간) 브렛 리더먼 FBI 최고 사이버담당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 중 가장 중대한 사이버 첩보 사건 중 하나”라며 “모든 미국인에게 경종을 울려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솔트타이푼이 100만건이 넘는 통화 기록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100명 이상 미국인의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표적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BI는 또 미국 내 주요 통신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약 600개 기업이 이미 해킹 피해를 입었거나, 표적 명단에 올랐다고 파악했다. 해당 기업들에는 FBI가 직접 솔트타이푼의 표적이 됐음을 알린 상태다.
FBI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솔트타이푼이 침투한 영역이 단순 민간 통신망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실제 솔트타이푼은 미국 연방정부가 법원의 승인 아래 네트워크 감청을 요청할 때 사용하는 시스템 일부에도 침투했다.
만약 솔트타이푼이 감청한 데이터가 전화·문자 기록과 결합될 경우, 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리더먼 담당관은 “한 나라만 해킹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와는 다른 차원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FBI는 솔트타이푼의 활동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찰 행위에 가깝다는 점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리더먼 담당관은 “해커들은 휴대폰 위치 정보를 활용해 미국인들의 이동 경로를 국내외에서 추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전 세계적인 무차별 공격은 사이버 해킹의 일반적 규범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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