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 유사시 징병제를 다시 도입할 수 있는 새 병역제도를 마련했다.
27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정부는 각료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자원입대제를 유지하되 지원자가 부족하거나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연방의회 의결을 거쳐 강제 징집을 가능하게 했다.
해마다 18세가 되는 남녀는 군 복무 의사와 능력을 묻는 설문지를 받게 되며 남성은 의무적으로 답해야 한다. 2027년 7월부터는 남성에 대해 신체검사도 의무화된다.
독일 국방부는 병력 확충을 위해 △월급 최소 2000유로(한화 약 324만원) 보장 △무료 숙소·의료·기차 서비스 제공 △직업훈련 지원 △운전면허 취득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내놨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도입 논의를 이어왔다. 국방부는 현재 18만2000명 수준인 병력을 2035년까지 26만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막사와 훈련시설이 부족해 당장 징병제로 전환하기는 어렵고, 2027년부터 신체검사를 의무화한 것도 그 시점에 징집 여건이 갖춰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나토(NATO) 유럽동맹 최고사령관인 미군 장성 알렉서스 그린케위치를 회의에 초청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계속 유럽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독일이 역량 있는 파트너임을 유럽 동맹국에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단순한 법안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발걸음"이라며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립정부의 주도 세력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내부에서는 병력 목표치를 법에 명시하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자동 징집으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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