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경기 선호 지역과 서울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 청약 시장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강남권보다 가격이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 과천의 한 단지는 평균 52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규제 이후 신규 분양 아파트는 잔금 대출이 최대 6억 원으로 제한되고 전세 세입자 구하기도 어려워졌지만 우수한 입지에 합리적인 분양가를 앞세운 단지의 경우 여전히 대기 수요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신축 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26일 159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8315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은 52.3대 1로, 8개 주택형이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25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도 189가구 모집에 청약 통장 3724건이 몰려 평균 1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주암장군마을 재개발로 공급되는 단지로, 9개 동, 880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초구 우면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으며 도보 15분 거리에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이 있다.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6.27 규제 적용 후 서울 강남권 인접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민간 분양이다. 이 때문에 단지의 청약 결과는 향후 수도권 핵심지 청약의 흥행 수준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집중됐다. 6·27 대출 규제로 인해 6월 28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수도권 분양 단지들은 잔금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된 상태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도 금지되면서 세입자의 전세 대출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이처럼 수분양자의 현금 동원력이 가장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최고 17억 6200만 원에 달했다. 곧 청약을 시작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분양가(16억 2790만 원)보다 높았는데도 무난히 청약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행정구역은 과천이지만 생활권은 서초구 양재동이라 사실상 강남권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양가가 12억 원 밑인 서울 신규 청약 단지도 6·27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대문구 ‘제기동역 아이파크’는 이달 7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38가구 모집에 350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92.18대 1에 달했다. 이 단지는 6·27 규제의 잔금 대출 6억 제한을 처음으로 적용받은 서울 아파트라 일각에서는 청약 열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제기동역 아이파크에 몰린 청약 통장 건수는 대출 규제 적용 이전에 입주자를 모집한 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와 비교해봐도 별 차이가 없다. 5월 있었던 서울 구로구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1순위 청약에는 각각 3543건, 2854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됐다. 이들 단지의 전용 59㎡ 분양가 최고가는 10~11억 원 수준으로 제기동역 아이파크(10억 8890만~11억 460만 원)와 유사하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집을 살 때 LTV를 70%까지 채우지 않고 50%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6억 원 제한이 있더라도 분양가 12억 원 이하, 그중에서도 서울에 위치한 단지들은 대출 규제의 영향이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제기동역 아이파크의 경우 전용 84㎡를 분양하지 않아 분양가가 11억 원 선에서 끊긴 것도 흥행을 이끈 요소”라고 분석했다.
향후 2~3년간 수도권 아파트 공급 감소가 확실시되는 것도 예비 청약자들의 청약 접수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11만 1470가구, 2027년은 10만 5100가구로 올해(14만 5237가구)보다 각각 23.2%, 27.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서울 강남권 청약에는 앞으로도 수만 명이 몰릴 것”이라며 “다만 수도권 외곽에서 분양가가 12억 원 이상으로 높은 곳들은 청약 경쟁률이 이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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