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가 기록적 가뭄으로 생활 전반이 마비되고 있다. 주 수원지인 오봉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고 시민들은 빨래와 세면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 위성 영상을 분석에 따르면 오봉저수지의 표면적은 지난 4월 21일 0.75㎢에서 이달 17일 0.29㎢로 줄어 61% 감소했다. 강릉시의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으로 격상됐으며 현재 저수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전체 상수도의 87%를 담당하는 수원지인 만큼 물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시는 지난 20일부터 수도계량기를 절반으로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갔지만 주말마다 몰려든 관광객 탓에 효과는 미미하다. 저수율이 15%까지 떨어질 경우 수압을 75%로 더 낮출 방침이다. 교육당국은 학교 단축수업까지 검토 중이다.
시민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물 절약 생존법'을 공유하며 극한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한 시민은 "빨래를 모아두다 결국 색깔 구분 없이 세탁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고 또 다른 시민은 "참다 못해 물티슈로 화장실을 청소했다"며 황당한 경험을 전했다. "머리를 못 감는다", "빨래는 보름에 한 번 몰아서 한다"는 글도 잇따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물 절약 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물 없는 샴푸와 샤워티슈, 일회용 식기, 머리 감은 물 변기 재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공감과 함께 "힘들지만 같이 버텨보자", "비가 꼭 내려줬으면"이라는 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 당국을 향한 불만도 크다. 시민들은 "피서객 몰릴 게 뻔한데 선제적 대책이 부족했다", "해수욕장을 늦게 폐장해 물 부족이 심해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은 2017년과 지난해에도 심각한 가뭄을 겪었지만 근본적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물을 가둬 공급할 수 있는 연곡천 지하댐은 2027년 이후 완공 예정으로 그 전까지는 제한급수와 절수 캠페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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