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북미 극장가에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등 돌픙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 개봉한 중국 토종 애니메이션 '너자2'는 흥행 참패를 당하고 있다. '케데헌'의 조이 캐릭터와 '너자'의 캐릭터가 흡사하다며 둘을 합성한 포스터를 띄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형편없는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토종 애니 '너자2' 더빙판은 이달 22일 북미 2228개 상영관에서 대규모로 개봉했다. 하지만 미국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너자2'의 개봉 첫날 성적은 69만 5000달러, 약 9억 6000만원에 불과했다. 주말 성적 역시 토요일 48만 달러, 일요일 36만 달러에 그쳤다.
'너자2'는 개봉 사흘 만에 상영관 당 수익이 23만 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같은 시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더 적은 1700개 상영관에서 상영됐지만 주말 이틀 동안 무려 1800만 달러, 약 249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넷플릭스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만 북미 극장가에서 '싱어롱(sing along)' 스페셜 이벤트 형식으로 케데헌을 상영했는데 '초대박' 흥행을 달성,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는 위업을 이뤄내기도 했다.
'너자2'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대놓고 밀어준 작품이라 흥행 참패가 더 뼈아프다. '너자2'는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로 널리 알려진 고대 신화 속 영웅신 너자(나타)의 이야기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너자, 악동의 탄생'의 후속편이다. 자막 버전에 이어 이번에 더빙판이 개봉한 것인데, 배우 양자경까지 섭외해 영어 더빙판을 만들고 북미 배급사인 A24가 배급을 맡아 당시보다 2배 이상 많은 상영관에 영화를 선보였으나 초반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앞서 주요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케데헌 등장 캐릭터들과 ‘너자2’ 주인공 너자를 함께 언급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케데헌’ 열풍에 ‘너자2’가 올라타려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일부 게시물에는 이들이 합성된 모습의 포스터나 영상이 확산됐다. "‘케데헌’ 조이와 네자는 절친" 등 문구를 담는가 하면 너자 영상에 케데헌 음악을 삽입하는 영상물도 포함됐다.
특히 틱톡 등에선 중국 콘텐츠에 해시태그로 케데헌을 함께 삽입하고 있다. 어떤 네티즌들은 케데헌과 너자를 비교하며 너자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간 중국에서는 넷플릭스 접속이 금지돼 불법 스트리밍으로 케데헌을 '도둑시청'하면서도 툭 하면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쳤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왔다. 그런데 케데헌 공개 후 인기가 치솟자 오히려 자국 콘텐츠과 함께 언급하며 '끼워팔기' 전략으로 바꾼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영화가 초반 흥행에 실패했고,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너자2'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선 이 영화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이미 자막판으로 개봉됐던 데다 영화 내용 또한 미국 관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타이밍 문제 같다, 지금은 사람들이 영화관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려 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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