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변화를 원하는 당원들의 절박한 심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국민의힘 새 대표에 장동혁 후보가 26일 선출된 것을 두고 대구·경북의 한 의원은 이같이 분석했다. 당권을 둘러싼 반탄(탄핵 반대)파 간 맞대결에서 당심은 직전 대선 후보이자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문수 후보가 아닌 재선의 충청권 현역인 장 신임 대표로 향했다. 장 대표는 ‘강한 야당’을 염원하는 당원들의 목소리에 부응하듯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범보수 진영의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당을 분란시키는 ‘내부 총질자’에 대한 결단을 내세우며 강도 높은 기강 확립을 시사했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50.27%(22만 302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김 후보(21만 7935표)에게 불과 0.54%포인트(2367표) 차로 신승했다. 장 대표는 당원 투표(80% 반영)에서 52.88%, 일반인 여론조사(20% 반영)에서 39.82%를 얻었다. 김 후보는 민심에서 20%포인트 넘게 이기고도 당심에서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장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앞으로 바른 길이라면 굽히지 않고 전진하겠다”며 “이 무거운 짐을 저 혼자 질 순 없다. 국민의힘을 혁신하고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의 핵심 선결 과제로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견제론을 제시했다. 장 대표는 “단일대오로 뭉쳐서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107석인 국민의힘이 믿어야 할 것은 우리와 함께 싸울 의지를 가진 자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싸우는 방법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내 분란을 묵인하고 방치한다면 그분들과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단일대오로 합류하지 못하고 당을 위험에 빠트리는 분들에 대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당론을 어길 경우 출당 및 당원권 정지 등 징계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서 장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을 요구해온 안철수·조경태 등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를 겨냥해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을 떠나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직 인선을 두고도 “기계적 탕평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위적인 당내 통합을 위해서 자신과 각을 세웠던 찬탄파 및 친한(친한동훈)계 기용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 대표는 “능력을 위주로 제가 약속했던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중심으로 인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적극 지지했던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에 대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하지 않았다. 당직은 의논을 거쳐 정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경 성향의 ‘장동혁 지도부’ 체제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우선 포용보다는 엄단에 초점을 맞춘 통합 방식이 되레 당내 거부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까지 찬탄·반탄으로 나눠 맹렬한 공방을 주고받은 상황에서 내홍 수습 없이 반대파를 억압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심리적 분당 상태를 넘어 실질적 분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대여 투쟁은커녕 야당을 겨냥한 3대 특검에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찬탄파 2명(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이 포함된 점에서 보여지듯 당 지지층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의 난제가 수두룩한데 대의를 위해서라도 당 대표가 먼저 나서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의 첫 공식 성적표가 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외연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를 위해 투쟁 일변도가 아닌 정책 정당으로의 기능을 회복하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혁신과 투쟁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서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정권과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민생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미래로 나아가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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