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외국인의 국내 주택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최근 서울시 전역과 인천 및 경기도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제도 강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법무성 산하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외국인 체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규칙 개정안을 공표해 오는 10월 중순부터 시행한다고 26일 보도했다.
앞서 웨이보, 샤오홍슈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500만 엔(약 4700만원)이면 일본 이주 가능", "일본 장기 체류 매뉴얼"과 같은 내용이 퍼졌다. 5000만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하면 일본으로 이주가 가능하다며 '꿀팁'으로 알려진 방법이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바로 페이퍼 컴퍼니(실체 없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서류상 회사만 세워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순히 아파트나 주택을 이용한 민박 사업을 '창업'으로 꾸며 비자를 신청하는 방법까지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사업가에 대해 최대 5년간 체류 자격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영·관리 비자' 요건에 따르면 사업장을 확보하고 '500만엔(약 4700만원) 이상의 자본금' 또는 '2인 이상의 상근 직원'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 사업가에게 이 비자를 발급해 준다. 해당 자격은 3개월에서 최대 5년까지 체류가 가능하며, 갱신과 가족 동반도 허용된다.
일본에서 창업·투자 활동을 하려는 외국인 기업가를 위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이민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급증했다. 심지어 "일본에서 사는데 5000만원이면 저렴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이 비자에 의한 체류자는 약 4만1000명으로 5년 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특히 중국인이 대거 몰려 중국인 체류자는 2만1740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고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다수가 일본 정착을 목적으로, 민박 운영 법인이나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와 국회는 외국인 국내 체류의 자격요건을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오는 10월 중순 시행 예정인 '경영·관리 비자' 요건의 강화된 조건을 보면 △3000만엔(약 2억8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할 것 △1명 이상의 상근 직원을 고용할 것 등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또한 공인회계사 등에 의한 신규 사업 계획안 확인 절차도 의무화했다.
단, 우수 인재 채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마련된다. 경제산업성의 인증을 받은 스타트업 비자 보유자나 세계 유수 대학 출신의 '미래창조인재' 등은 기존 요건으로 '경영·관리' 자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누리꾼들은 강화된 요건에 찬성하면서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막아야 한다", "자본금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반면 "자본금 3000만 엔은 너무 높다", "중소기업 창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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