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20대·30대 여성을 조사해 보니 오히려 이들이 합의금 갈취 목적으로 남성들을 협박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 무고죄 남발로 인권침해 등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무고죄 처벌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신흥호 판사는 공갈과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3)와 B 씨(29)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 잠이 든 척 연기해 신체 접촉을 일부러 유도한 뒤 "강간 신고한다",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남성은 30여 명에 달했으며, 피해액은 약 4억 5000만 원에 달했다.
검찰은 A 씨와 B 씨의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중 무고 정황을 확인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이들이 합의금 갈취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신 판사는 "계획적으로 이뤄진 범행이고 나아가 응하지 않은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까지 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다수의 공갈피해자를 상대로 수억 원을 갈취한 것으로 범행 규모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갈 피해자에게도 범행 발생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허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무고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죄 없는 사람에 대한 허위 고소·고발 남용으로 사회적 피해가 늘어나는 가운데 무고 범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무고죄는 2009년 양형 기준이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 피해가 심각해 무고 범죄 엄벌을 통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크다. 기존 양형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무고 범죄의 권고 형량이 강화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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