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 특사단이 중국에 희토류 등의 원활한 공급을 당부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은 25일 베이징 상무부 청사에서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만나 “수교 33주년 동안 양국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고 성장의 토대는 경제·무역 관계의 발전이었다”며 “중국은 우리의 제1교역국이 됐고 우리는 중국의 제2의 교역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 전 의장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에 대한 공급망을 활성화시키길 희망한다”고 공급망 안정을 당부했다. 그는 “지금 미국발 통상 전쟁이 글로벌 통상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 수직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수평적 관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때로는 경쟁하되 협력할 분야가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 의장은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이른 타결과 ‘그린채널(중국 상무부가 유럽연합(EU) 기업 등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을 신속히 승인하도록 하는 방안) 도입 등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양국 무역액은 3820억 달러(약 530조원)를 돌파했고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대 무역 파트너국이 됐다”며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나라이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적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해 353억달러(약 49조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이 무역적자를 이유로 세계 각국에 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은 중국의 무역적자가 “양국 간 무역구조로 인한 정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사단은 이날 저녁에는 베이징의 현지 기업인과 교민단체 대표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박 전 의장은 “어제 왕이 부장하고는 저희가 상당히 좋은 분위기 속에서 솔직히 얘기를 함으로써 서로가 접합점을 알 수 있었고 어떤 분야는 조금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번 저희 방문이 여기 계신 우리 교민들, 지·상사 여러분들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한국상회 회장인 양걸 중국삼성 사장은 “중국은 지난 10년간 제조업 첨단산업 및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 큰 발전을 이뤘다”며 “중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조업 공급망이 수직계열화돼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은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중국은 제약이 많다는 서구식 고정관념으로 중국 기술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으나 한국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이 많은 분야에서 중국을 인정하고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탁희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한·중 관계가 움츠려있었고 우리 국민과 진출 기업들도 위축돼있었다”며 “한·중 관계 개선을 염원하던 저희에게 이번 특사단 방문은 반가운 폭죽 같은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전날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특사단은 이날 낮에는 닝푸쿠이·추궈홍·싱하이밍 등 전직 주한 중국대사 3명과 오찬간담회를 하며 한·중 관계 발전에 관심을 갖고 계속 성원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주중한국대사관은 전했다.
특사단은 26일에는 한정 국가부주석과 중국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각각 면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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