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북미 극장가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단 이틀간의 스페셜 이벤트 상영만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버라이어티는 케데헌이 2324일 북미 전역에서 열린 싱어롱(관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형식) 특별 상영을 통해 약 1800만~2000만 달러(한화 약 249억~27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는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공포 영화 '웨폰'(1560만 달러)을 가볍게 앞서는 성적이다. 다만 넷플릭스가 정확한 수익을 공식 발표하지 않아 최종 집계는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상영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축제에 가까웠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관객들이 영화 OST에 맞춰 야광봉을 흔들고 어깨를 들썩였다.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이른바 '떼창'은 기본이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화관이 콘서트장이 됐다"는 관람 후기가 줄을 이었다.
케데헌은 아직 정식 극장 개봉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미에서만 1700개 이상의 극장이 상영에 나섰으며 이 중 1000곳이 넘는 상영관은 티켓이 매진됐다.
블룸버그는 "극장 흥행에 큰 비중을 두지 않던 넷플릭스가 드물게 거둔 극장 성과"라며 "스트리밍용 콘텐츠가 오히려 영화관에서 더 큰 반향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영화 컨설턴트 데이비드 A. 그로스는 "이번 주말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노래하고, 춤추고, 코스프레까지 하며 열광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팝 엔터테인먼트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케데헌'은 한국 설화를 현대적인 케이팝 문화와 접목한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데 이어, 메인 OST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까지 석권하며 글로벌 파급력을 입증했다.
한편, 그동안 미국 대형 극장 체인들은 스트리밍 업체들과 상영권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넷플릭스 작품을 배제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리갈 시네마스, 시네마크 시어터스 등 주요 체인들이 경쟁적으로 상영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