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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中관광객 밀려오는데… "짱깨 집에 가" 명동엔 ‘차이나 아웃’ [르포]

태극기·성조기 들고 번화가 행진

"짱깨 집에 가" 혐오표현도 등장

중국인 관광객 자리 뜨는 모습도

매출 회복하던 명동은 '날벼락'

상인들 "그만하라" 언쟁 벌여

이달 23일 오후 극우 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




“시진핑 아웃, 짱깨 고 홈(Go home)!”

이달 23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명동의 번화가. 쇼핑을 즐기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밝은 표정은 이내 불안감으로 굳어졌다. 경찰들이 거리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마이크로 고성을 내지르는 시위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붉은색 옷을 입고 손에 ‘중국 공산당 퇴출(CCP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수백 명의 극우 단체 회원들은 관광객들이 몰린 명동 거리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집회 참가자가 휘두른 대형 태극기가 행인의 얼굴을 덮치는 장면도 보였다. 영미권 외국인만 골라 붙잡고 영어로 중국을 욕하는 노인도 있었다. “차이나·시진핑 아웃”이라는 구호가 연신 터져나오는 스피커와 확성기를 피해 자리를 뜨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상인들이 ‘그만하라’며 항의했지만 이내 시위대의 노랫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이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서 극우 집회 참가자들이 중국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황동건 기자


경찰과 관광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동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선관위서버까국민운동본부’ 등 극우 단체와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유령도시’ 신세였던 명동 상권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옷 가게를 하고 있는 60대 A 씨는 “집회가 한 번 진행되고 나면 있던 중국인들도 사색이 돼 거리를 빠져나간다”며 “상인들 모두 중국인들 사이에서 명동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세계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B 씨 역시 “중국인 내쫓자고 같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관광 매출 회복의 분수령이 될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라 상인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 중구 관광객 수는 올 7월 2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올해 들어 명확한 회복세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혹여나 집회에 꺾일까 우려한 명동복지회 등 상인 단체는 경찰과 서울시 등에 민원을 넣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인근을 지나가는 시위대들을 구경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


집회는 관광객들의 명동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국인 가족은 ‘중국에서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가로저었다.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고 밝히자 이들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했지만 실망이 크다”며 “다시 한국을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 역시 마찬가지로 불편함을 느꼈다. 30대 미국인 로드리게스 씨는 “쇼핑을 하러 명동을 방문한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소리도 시끄러워서 아이들이 무섭다고 해 계획보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관광 업계는 특정 국가를 향한 혐오 표현을 하는 자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관광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헤이트스피치억제법’이 있어 무차별적인 모욕을 쏟아내는 행위를 하는 단체나 개인을 처벌할 수 있다”며 “이번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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