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를 사칭해 국내 주요 시설에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팩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일본 수사당국과 공조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변호사 사칭 테러 협박 팩스가 최근 잇따라 발송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메일 19건과 팩스 29건 등 총 48건을 병합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하고 있다”며 “8월에만 총 7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일본 변호사를 사칭한 팩스였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공권력 낭비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세우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앞서 서울 중부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관내의 한 초등학교로부터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협박 팩스를 수신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팩스에는 ‘서울시청과 시내 초등학교, 아동시설 등에 자폭 테러를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영어와 일본어 등이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팩스도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경찰 특공대를 대기시키는 한편 지역 파출소 인원을 현장으로 보내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일본 변호사 사칭 테러 협박은 ‘가라사와 타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의 이름을 도용해 국내 주요 시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팩스를 발송하는 사건이며 2023년 8월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이 타깃이 돼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 20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광복절인 이달 15일에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대상이었다. 이달 7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외국인주민센터에 ‘한국 학생과 교사에게 황산 테러를 하겠다’는 팩스가 접수됐지만 또다시 허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용의자는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도 일본 수사기관과 공조해 용의자 특정에 나섰지만 검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메일과 팩스는 중간 경유지가 있을 수 있어 해당 업체를 수사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일본 변호사를 사칭한 건이기 때문에 일본과의 공조회의를 개최하고 일본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을 통해서도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변호사 사칭 건을 제외한 나머지 테러 예고 협박글과 관련해서도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이달 18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폭발물 신고 중 일본 변호사 사칭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을 중심으로 허위폭발물 협박 등 거짓신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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