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꼭 찍으세요, 10년 후에도", "2025년 8월 15일 오전 7시 48분 여기서 만나요."
"그래요, 약속."
22일 방영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어바웃타임 : 10년 전으로의 여행 72시간'(이하 다큐3일)에 따르면 10년 전 '다큐 3일'을 촬영했던 이지원 촬영 감독과 당시 약속 당사자가 만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5년 방영된 KBS2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 안동역 편에서 당시 내일로 여행 중이던 여대생 두 명과 카메라 감독은 10년 뒤 같은 곳, 같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날 처음 본 사이였고 서로 이름도, 사는 곳도, 전화번호도 몰랐지만 세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꼭 만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과거 영상이 다시 끌어올려지면서 이들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약속 72시간 전인 2025년 8월 12일, 흩어졌던 '다큐 3일' 제작진은 다시 모여 약속의 주인공 이지원 촬영 감독을 따라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3일’ 종영 이후 3년 만에 진행된 재회 준비였다. 시민들 역시 10년 전 ‘안동역’ 편을 기억하며 “누구나 마음속에 낭만이 있는데 그 영상이 건드려줬다”, “10년 뒤 만나자는 약속이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분에서 이지원 감독은 약속 하루 전, 안동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무도 안 올까 봐. 바람맞은 아저씨 될까 봐 걱정을 살짝 했다. 그래도 나라도 나가서 약속 장소에 있으면 낭만 있겠다. 나라도 낭만 지키러 가야지, 이런 느낌이 있다"라며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소감을 전했다.
약속 당일인 8월 15일 오전 6시, 수많은 시민들이 안동역으로 모였다. 약속 시간이 임박한 가운데 '다큐 3일' 제작진을 찾아온 사람은 경찰관이었다. 한 누리꾼이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주장하는 허위 협박 글을 게재한 것이었다. 이후 경찰은 시민들을 대피하도록 조치했다.
이들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던 시민들은 허위 협박을 한 당사자를 비난하며 분노하기도 했다. 결국 '10년 전 약속'이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오전 7시 48분 정각, 한 여성이 제작진에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약속 당사자 김유리라고 밝혔고, 본인의 요청에 따라 제작진은 모두 카메라 전원을 껐다.
이지원 촬영 감독은 "첫 마디로 '잘 살았어요?' '잘 살아줘서 기뻐요' 그런 말을 나눴다. 너무 대국민 약속이 돼버려서 되게 고민했는데, 약속이니까 나왔다고 하더라"며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가면 갈수록 약속이라는 게 더 무거워졌다고. 그 친구나 저나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 같다. 스스로 낭만을 지켰으니까 뿌듯하지 않을까.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방송 화면에는 "본인 요청에 따라 카메라는 꺼졌다"는 자막이 떴고, 대신 유리 씨의 '엄지 척' 포즈가 담긴 손 자신과 유리 씨와 이지원 감독이 안동역 플랫폼에서 나란히 선 삽화가 공개되며 재회의 순간을 대신했다.
또다른 약속 당사자인 안혜연 씨는 해외에 있는 관계로 안동역에 등장하지 못했고, 제작진에게 하루 전날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그 때 소중한 기억은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남겨 훈훈함을 더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협박 글을 올린 10대 고등학생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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