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
최고 기온이 34도에 달하는 불볕 더위가 기승한 22일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6차 전당대회 현장에서 흘러나온 노래다. 다름 아닌 한남동 대통령 관저, 헌법재판소, 광화문 등지에서 울려퍼졌던 탄핵 반대 집회의 대표곡이다.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축제의 현장이 여전히 찬탄과 반탄의 갈등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피아가 혼재된 현장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언성을 높이며 충돌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조경태 후보가 장내로 들어서자 문 앞에 도열한 지지자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조 후보를 반긴 한편 그 뒤에 선 김문수·장동혁 후보 지지자들은 ‘배신자’를 연호했다. 조 후보가 자리를 떠난 후 이들 중 일부가 서로를 밀치고 욕설을 내뱉으며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부평에서 온 안철수 후보 지지자 이정심(75)씨는 “내란은 1만% 잘못된 것이고 그것을 지지하는 것은 더 잘못된 일”이라며 “'윤어게인'은 나라를 후진국 이하로 괴멸시키는 일”이라고 열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전당대회 현장을 찾은 한 지지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장동혁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온 손봉식 씨는 “조경태·안철수 후보도 모두 훌륭하지만 탄핵에 찬성을 해 국민들과 거리감이 있다.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강성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서 싸우려면 장동혁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천안·대구에서 전당대회를 찾은 조 후보 지지자들은 “우린 혁신파, 개혁파, 국익파, 쇄신파”라며 “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앞다퉈 말했다.
일촉즉발의 과열된 현장 분위기 속에서도 지지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도구를 들고 열띤 응원전에 나서기도 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건물 입구에서부터 장구와 북을 치며 김 후보 맞이를 준비했다. 또 다른 김 후보 지지자들은 드라마 ‘오징어게임’ 복장을 하고 이름이 적힌 작은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조 후보 지지자들은 찬탄 최고위원 후보인 김근식, 양향자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앞뒤로 들고 흔들며 이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후보 사진이 들어간 둥근 부채를 들고 응원전에 나섰다.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제6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을 이끌 차기 대표 및 최고위원이 선출된다. 다만 당 대표의 경우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통해 이달 26일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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