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19.3% 증액한 35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윤석열 전임 정부 때 예산 삭감으로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공지능(AI) 등 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전체 예산안 중 30조1000억원 규모인 주요R&D 예산은 ‘기술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 양대 축을 중심으로 수립됐다. 이번에 심의·의결된 주요R&D 예산 배분·조정안은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을 거쳐 일반R&D와 함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AI 3대 강국을 천명함에 따라 AI 분야에는 올해 대비 106.1% 증액된 2조3000억 원이 투입된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속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산발적인 기술 개발을 지양하고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독자적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풀스택 R&D에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범용인공지능(AGI), 경량·저전력AI 등 차세대 AI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피지컬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 및 실증을 지원한다.
첨단산업 육성에는 29.9% 증가한 8조50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국가전략기술은 5년 내 핵심기술의 자립화를 목표로 민·관 합동으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첨단 산업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양자컴퓨팅·합성생물학·AI반도체·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수출 효자인 방위산업 관련 R&D 예산은 3조9000억 원으로 25.3% 증액됐다. 정부는 급변하는 전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I, 양자 등 신기술의 국방 분야 접목을 강화하고 첨단 전자전, 차세대전투기(KF-21) 개발 투자 확대와 첨단 항공엔진의 국산화 선행연구를 지원한다. 이 밖에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R&D 예산은 19.1% 증가한 2조6000억 원, 중소벤처 R&D 예산은 39.3% 늘어난 3조4000억 원이다.
정부는 다양성·자율성·안정성이 보장되는 견고한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도 기초연구 분야 예산을 3조4000억 원으로 14.6% 증액하기로 했다. 또한 위축된 연구 생태계 회복을 위해 개인기초 연구과제 수를 2023년 이상 수준으로 늘린다.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쫓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과제별 최소 연구기간을 연장해 연구 자율성, 지속성·안정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로서 연구생태계의 회복을 넘어 완전한 복원과 진짜 성장 실현을 위해 파격적으로 확대했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R&D 투자시스템을 통해 과학기술계와 함께 지속 가능한 연구생태계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