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의 최근 피의자 조사에서 400건에 달하는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이달 7일과 11일 이틀간 특검팀의 2·3차 소환 조사에서 총 398차례 답변을 거부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 거부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244회,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변을 154회 반복했다. 이틀간 신문에서 제시된 질문 562건 중 상당 부분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여단장으로부터 수색 작전 계획을 보고받고 지도하거나 당부한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가", "다수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어서 군 병력 안전에도 한치 소홀함이 없도록 주의했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등의 질문에 모두 "진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가 현장 지도 당시 이용한 차량 등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답을 피하자 검사는 '기초적 사실에 대해서까지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임 전 사단장은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진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신문을 진행한 검사는 임 전 사단장이 과거 경찰 조사에서 '수색 작전 관련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며, 구속력이 없는 조언 차원에서 작전 지도를 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평소 복종 의무가 있는 예하 부대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검사가 "어떤 점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되묻자 그는 또다시 진술을 거부했다.
진술 거부가 반복되자 검사는 "수사기관의 어떤 증거관계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출석을 한 것이냐. 부적절한 태도로 보이고 진술에 협조할 의향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임 전 사단장은 "그게 진술 강요로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검사는 또 임 전 사단장이 특검팀에 제출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해 "가장 핵심적인 물증의 포렌식 절차를 사실상 고의로 방해하는 태도"라며 "상당히 불량하다고 평가될 소지가 높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 측은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헌법상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위축하고, 법상 의무가 없는 스마트폰의 비밀번호 제출을 사실상 강요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2월 예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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