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실종된 이윤희 씨(당시 29세)를 찾기 위해 가족이 세워둔 등신대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그가 이 씨와 같은 학과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8일 오후 8시 20분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거리에 설치된 이 씨의 등신대 2개를 발로 차 두 동강 내는 등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훼손된 등신대는 2006년 실종된 이 씨를 찾기 위해 부모가 세운 6개 중 일부다. 딸을 찾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모는 지난 5월 전주 시내 곳곳에 등신대를 설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 씨와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나온 A씨의 주거지 인근에 놓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과거에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 씨 가족 등을 경찰에 고소한 이력이 있다.
이 씨는 지난 2006년 6월 5일 교수와 학과 동료 40여 명과 함께 전주의 한 식당에서 종강 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 새벽 2시 30분께 약 1.5km 떨어진 원룸으로 귀가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당시 경찰은 현장 보존을 소홀히 해 이 씨의 친구들이 원룸을 청소하도록 방치했고, 일주일 뒤 이 씨의 컴퓨터에 접속한 인물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씨의 아버지는 당시 수사 과정 전반을 ‘부실수사’라 비판하며 사건의 진실 규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전주완산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지금이라도 진실 규명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행정심판 등을 통해 가까스로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당시 딸의 컴퓨터에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삭제한 것으로 보이는 수의대생을 경찰에 고소했다”며 “이를 토대로 경찰이 조속히 수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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