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각종 이권과 인사권 등 대통령 권한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연이은 폭로와 자수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 여사의 국정농단’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간 동안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폭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 사업가 서성빈 씨의 진술 등 김 여사 측근으로부터 상당한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이날 조사를 벌였지만 김 여사는 대부분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과 관련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과 두 차례 통화했으며,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인사권과 공천권을 5대 5로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윤 의원 측 역시 “김 여사와 가끔 통화했지만 김 전 의원 공천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고가 목걸이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앞서 김 여사 측은 세 차례나 진술을 번복하고 김 여사 인척의 집에서 발견한 목걸이가 모조품으로 판명되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는 듯했다. 그러나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자수서와 함께 진품 목걸이를 특검팀에 제출하면서 김 여사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특검팀에 건넨 자수서에서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해 논란이 됐던 62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사용한 각 2000만 원대 티파니 브로치와 그라프 귀걸이 등 이른바 '나토 3종 세트'를 모두 건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브로치와 귀걸이는 맏사위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의 인사를 청탁하는 목적이라고 시인했다.
실제 박 전 지청장은 그해 6월 3일 초대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고 이듬해에는 22대 총선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고가 명품을 선물로 받고 매관매직(賣官賣職)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여사의 대통령실 안가 사적 사용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회장은 자수서를 통해 김 여사가 자신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로 두차례 불러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안가 회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경위도 조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민간인 신분의 김 여사 측근이 국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김 여사는 로봇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받고 있다. 로봇개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서성빈 씨가 2022년 5월 미국의 한 로봇개 회사와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9월 대통령 경호처와 3개월간 1800만원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서 씨는 김 여사에게 5000만 원대 바셰론 콘스탄틴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씨는 시계 구매 관련해 김 여사의 부탁으로 영부인 할인을 받아 3500만 원을 주고 대리 구매한 것이며 김 여사로부터 500만 원만 받고 나머지 3000만 원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업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수익은커녕 손해만 봤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가 자신에게 대통령실 홍보수석 자리를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서 씨는 또 우주항공청 설립 1년여 전 '우주청 또는 로봇청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김 여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사면·복권 및 구청장 공천 문제, 이태원 참사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와 관련해 김 여사와 의견 대립을 겪으면서 관계가 틀어졌다고도 주장했다.
특검팀은 서 씨와 같은 민간인들이 김 여사와 관계를 이용해 국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지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김 여사의 각종 의혹 관련해 "V0 국정농단"이라고 일갈했다. V0는 V1을 뜻하는 대통령보다 위를 뜻한다. 정·관가에서 김 여사를 칭한 은어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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