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의 야심작인 기동순찰대가 폐지 위기에 몰렸다. ‘기획통’으로 불리던 조 청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기획했던 기동순찰대는 이상동기범죄 사전 대응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실효성 문제와 인력 낭비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임무 수행을 시작한 지 약 1년 반 만에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경찰 지휘부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직협은 기동순찰대 폐지와 직협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지역 직협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1일 부산경찰직협은 부산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기동순찰대 폐지를 요구했다.
일선 경찰의 불만이 이어지자 경찰은 기동순찰대의 규모를 최근 축소했다. 경찰청이 작성한 ‘시도청간 정원 조정 계획안’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각 시도청 직속 기동순찰대 330개 팀에서 1명 씩 감축해 총 330명을 축소한다. 해당 인원은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리딩방 사기, 스토킹범죄 등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 인력으로 전환된다.
또한 경찰청은 기동순찰대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14일 경찰청은 각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 과장, 지역경찰 근무자 등을 상대로 ‘기동순찰대 관련 지휘부 의견수렴 및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역경찰 설문 인원은 1000명으로 알려졌다.
기동순찰대는 10여년 전에 한 차례 출범했다 폐지되는 사태를 맞은 역사가 있다. 2014년도 경찰은 강력범죄 대응을 위해 각 경찰서 10개대 규모로 기동순찰대를 창설했다. 이후 규모도 커지도 임무도 다양하게 받는 등 한동안 전성기를 구가하다 강력범죄가 아닌 112 신고 출동 업무에 치중돼 지역경찰과 임무가 중복되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2016년 폐지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초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전국적으로 이상 동기 범죄가 창궐하자 강력범죄 사전 대응 및 순찰 강화를 위해 2024년 2월 기동순찰대가 부활했다. 재출범을 위해 투입된 예산은 2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는 윤희근 경찰청장 체제였지만 기동순찰대를 부활시킨 데는 서울경찰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기획통’ 조 청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조 청장은 경찰청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행정 인력을 활용했다고 밝혔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선 지역경찰 인력을 증원해도 모자랄 판에 조직을 신설해 엄한 인력이 유출됐다는 이유에서다. 증원 없는 재배치 방침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이 현장의 목소리다.
지역경찰과의 실질적인 업무에서 겹치는 부분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다시 출범한 기동순찰대 또한 경범죄나 112 신고 대응, 도로교통법 위반 등 단순 사건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무는 지역경찰들도 수행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도보 순찰의 실효성 의문 등 다양한 문제가 겹치며 일선 현장의 불만은 가중됐다.
여기에 현재 조 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게엄해제결의안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려던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고 출입문을 봉쇄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인 것도 폐지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청장은 현재 탄핵소추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동순찰대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경찰 비대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자치경찰제 때문이다. 자치경찰제는 현행 일원화 된 경찰 조직을 지방자치제와 나눠 갖는 형식의 체제다. 지방으로 권한을 분산하게 되면 광역 범위 내에서 순찰 업무나 범인 검거 업무를 수행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기동순찰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 직무대행은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동순찰대를 ‘지역경찰 보완을 위한 예방 조직’으로 평가하며 “특별예방활동 등을 강화하고 지역 치안 여건에 맞춰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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