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강렬한 항일 정신이 담긴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吊日本)'이 제작된 지 115년 만에 마침내 고국 땅을 밟았다. 안 의사의 유묵 귀환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글씨에서부터 기백이 느껴진다","이게 바로 우리 민족의 힙합"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환영했다.
경기도는 일본인 소장가가 보관해오던 안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소장자와의 합의를 통해 최근 국내로 들여왔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유묵의 귀환은 경기도가 비공개로 추진해 온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이번에 돌아온 '장탄일성 선조일본'은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파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행위를 준엄하게 꾸짖고, 그 끝이 패망일 것임을 경고하는 안 의사의 기개와 신념이 응축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유묵은 안 의사가 순국하기 한 달 전인 1910년 3월, 뤼순 감옥에서 관동도독부의 고위 관료에게 써준 것으로, 이후 해당 관료의 후손들이 대대로 보관해왔다.
경기도는 약 20년 전 일본에서 안 의사의 유묵 2점('독립',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최초로 발견한 민간 탐사팀을 통해 일본 측 소장자의 국내 반환 의사를 확인하고 귀환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확인된 안 의사의 유묵 약 60여 점 중 상당수가 동양 평화나 개인의 수양에 관한 내용인 데 반해, 이번에 돌아온 '장탄일성 선조일본'과 아직 일본에 남아있는 '독립(獨立)'은 항일 독립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보급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독립' 유묵은 1910년 2월 뤼순 감옥에서 일본인 간수에게 써준 것으로, "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는다"는 굳센 신념을 두 글자에 담아낸 작품이다.
경기도는 광복회 경기지부와 함께 두 유묵에 대한 우선 구매 협약을 확보하고 완전한 귀환을 위한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다. 만약 두 점 모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경기도는 안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와 가깝고 한반도 평화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안중근 평화센터'를 건립하여 유묵을 영구 보존 및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안 의사의 유해는 순국 후 1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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