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반구천의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하는 반구천 일원 약 3㎞ 구간에 위치하는 유산이다. 이곳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두 암각화는 이미 국보로,반구천 일원은 국가 명승으로 각각 지정돼 국내에서는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은 유산이다.
반구천 암각화의 역사적 가치를 짚어보면, 약 7000년 전부터 두 바위 면에 집중해서 남겨 놓은 다양한 그림과 문자를 통해서 몇 천 년의 시대를 아우르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총 11개 바위에 312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주로 신석기 시대의 고래, 거북이, 호랑이, 사슴 같은 동물들과 배 타고 고래잡이하고 활 쏘는 사람 등 선사인들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총 5개 바위에 625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신석기 시대의 동물 그림과 사냥하는 모습, 청동기 시대의 추정되는 추상적인 문양들(마름모, 원 등), 신라시대 왕족과 승려, 화랑들이 새긴 글과 그림이 함께 새겨져 있다.
이러한 가치를 토대로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희소한 주제인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그림은 선사인들의 창의성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평가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다.
특히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전 세계인들에게 반구천 암각화의 선사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17개 유산 중에서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유산은1995년 등재된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일하며, 2025년 신규 등재 유산을 포함해서 전 세계의 암각화 유산 중에서도 5곳 밖에 없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 7월 12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 17번째 세계유산이자,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유산으로 등재됐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되기까지 준비기간을 다 포함하면 약 20년이 걸렸다. 등재 과정을 살펴보면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이후 13년 만인 2023년에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 지난해 2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 후 다양한 평가를 거쳐 1년 반 만인 올 7월에 최종 등재됐다.
국내 절차는 비교적 오래 걸렸는데,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주요 조건 중 하나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갖느냐’ 여부다. ‘국경과 시간을 다 초월할 만큼 인류 전체에 독보적인 문화적 가치가 있는지’를 입증해 내고, 또 집중호우 시 물에 잠기는 문제를 해결할 완전한 보존·관리 방안 마련에 상당 시간이 걸렸다.
프랑스 파리에서 최종 등재 현장을 지켜 본 김두겸 울산시장은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가 많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으며 그 과정에서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반구천 암각화의 등재가 결정된 순간, 오랜 시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돼 대단히 기쁘고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울산시와 국가유산청은 큰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또한 많은 관광객이 수려한 경관에 이끌려 이 일대를 찾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관광상품보다는 인류유산에 방점을 찍는 제안이 많다. 현재 전 세계 암각화를 체험하고 연구하며 홍보하는 세계암각화센터를 만들기 위한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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