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가 과도하다며 민사조정에 나서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자 공사는 “업체가 직접 제시한 금액이기 때문에 조정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며 맞불을 놨다.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기자실에서 기자담회를 열고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예상치 못한 경제환경 변화로 면세시장 부진이 장기화되고 임대료 부담 가중 및 적자 누적 등으로 면세점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임대로 40% 감액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공사는 현 임대료가 공개 경쟁입찰에서 면세점들이 직접 제시한 금액인데다 시장환경 변화는 임대료 조정사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라·신세계는 향수·화장품(DF1), 주류·담배(DF2) 사업권 적자 누적으로 지난 4월 29일과 5월 8일 각각 임대료 감액 민사조정을 인천지방법원에 신청했다. 1차 조정기일은 지난 6월 30일이었으며 당시 인천공항은 법원에 출석해 임대료 조정안 미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상임조정위원은 외부업체 감정평가 후 법원제출을 요구했으며 오는 8월 14일 재논의 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공사는 이에 응하지 않고 불참하겠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두 면세점은 임대료를 40%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여행시장 환경과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 등 예상치 못하게 경제 환경이 변화해 매출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재입찰시 신라·신세계만큼의 운영 역량을 갖춘 사업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면세점 운영 공백으로 인한 인천공항 이용객의 불편, 인천공항 수익 감소 등을 고려했을 때 면세점 임대료 감액이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두 면세점은 임대료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시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신라와 신세계는 최근 코로나19 시기에도 임대료를 감면한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중국 푸동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태국 방콕공항 등이 최소보장액을 기존 수준으로 대폭 감면했다는 점을 미루어 아시아 공항의 임차료 조정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입장은 완강하다. 우선 현 임대료가 공개경쟁입찰에서 해당 면세점들이 직접 제시한 금액이기 때문에 사후 감면이 어렵다는 것이 인천공항의 주장이다. 2023년 두 면세점은 각 사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최저수용금액 대비 투찰률 160%가 넘는 임대료를 제시하며 10년간 운영권을 낙찰받았다. 당시에도 업계와 언론에서는 ‘승자의 저주’ 가능성을 제기하며 입찰가가 과도하다 평가했지만 두 업체는 ‘이익을 낼 수 있는 선에서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내기도 했다.
타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인천공항 측은 다른 면세 사업자의 경우 적정 투찰률로 입찰해 현재 임대료 감면 없이도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뒤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시장환경의 변화는 계약서 상 임대료 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내놨다. 임대료 조정은 공항의 운영환경변화로 매장이전이나 축소, 확장, 신설 또는 폐지 등의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라와 신세계가 제시한 사유인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은 사업 특성상 내재된 매출변화 요인으로 임대료 조정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사의 입장이다.
양사가 제시한 해외공항 임대료 인하 사례와 관련해서는 면세사업자와 해외공항 당국에 구체적 내용 확인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회신된 자료가 없어 사실 관계 확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율촌과 화우 등에 법률 자문을 요청했으며, 양사가 근거로 제시한 차임감액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정에 응하면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총 10년의 계약기간 중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감액을 요구하며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공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며 “임대료를 감면해준다면 경쟁입찰에서 의도적으로 높은 투찰가로 사업권을 낙찰 받은 뒤에 사후에 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계약법에 의해 지켜져야 할 계약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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