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연 국빈 만찬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미 에너지·자동차·가전·유통 등 베트남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해 있는 만큼 이번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층 끈끈한 경제협력을 모색한다는 의지다.
이날 만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참석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베트남에 활발히 진출해온 재계 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베트남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자원 순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 2월에도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베트남을 방문해 럼 서기장과 만나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현대차와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도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해왔으며 롯데그룹은 호텔·쇼핑몰·식음료 사업으로 베트남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 총수들은 베트남 측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양국 경제협력을 강화할 아이디어를 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으로 인해 이날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베트남은 삼성 스마트폰·디스플레이·가전 등을 생산하는 주요 생산기지로 꼽힌다.
이들 외에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 최진식 심팩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베트남 측 참석자들과 얼굴을 맞댔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 관계자들은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과 합동 간담회가 열리는 12일에도 럼 서기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베트남의 고전 문학인 ‘끼에우전’에 묘사되는 부부의 굳은 언약을 인용하며 “베트남과 굳건한 우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베트남어 건배사를 준비했다. 럼 서기장은 고려 말기 한반도로 이주한 베트남 왕자 이용상이 양국 교류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점을 언급했다. 이어 “이는 아름다운 과거의 장면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더욱 실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이날 식재료로 쓰인 경북 봉화의 특산물들은 이용상의 후손인 화산 이씨가 한국전쟁 후 봉화에 정착한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봉화산 허브를 곁들인 ‘삼색 밀쌈 말이’는 베트남에도 ‘짜조’ 등 쌈 문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한 메뉴다. 건배주로는 2024년 대한민국주류대상 한국 와인 부문 대상을 받은 ‘오미로제 연’ 스파클링 와인이 준비됐다.
만찬 후에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베트남 전통 현악기 ‘단버우’ 연주자인 양바오칸의 협연, 베트남 국립전통극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럼 서기장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음악가로 꼽은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대표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정치권·재계·금융계·문화계 인사 등 우리 측 인사 총 66명이 참석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럼 서기장과 응오프엉리 여사 등 55명이 자리했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배우 안재욱, 소설 ‘아! 호치민’ 출간을 앞둔 황인경 작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LCK)’의 첫 외국인 선수인 쩐바오민 선수 등도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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