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다여행지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최근까지 남해안과 서해안이 주도해온 바다 관광지의 중심이 동해안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강원 삼척이 가장 주목받는 지역으로 부상했다.
8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 여행자·현지인의 국내 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4만 8790명 대상)에 따르면 삼척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바다·해변' 여행지 추천율 1위(83.2%)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무려 23계단이나 순위가 오른 수치다.
그 뒤를 이어 경북 울릉군(83.1%), 경남 통영시(80.6%), 전남 신안군(80.4%), 경남 남해군(80.3%) 순으로 조사됐다.
삼척은 단순한 해수욕장을 넘어 해안 산책로, 동굴 관광지, 차박·캠핑 인프라 등 다양한 복합 해양 콘텐츠를 갖춘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척해변과 맹방해수욕장이 대표적이다.
강원도는 삼척 외에도 양양, 동해, 강릉, 속초 등 5개 도시가 20위 안에 들어 '해양여행 강세 지역'임을 입증했다. 과거 상위권을 점령했던 남해안(남해·거제·진도·여수)과 서해안(태안·보령)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광역지자체 중에선 여전히 제주도가 독보적인 1위다. '바다·해변'뿐 아니라 '물놀이·해양스포츠', '낚시'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차지했다. 제주도의 바다·해변 추천율은 무려 72%로 2위 부산(47.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이국적 자연환경과 다양한 해양레저 시설이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산은 해운대, 광안리, 송정 해수욕장의 인지도를 앞세워 바다·해변 2위를 기록했고, 물놀이·해양스포츠 부문에서도 3위에 들었다. 다만 낚시 부문에서는 11위로 밀려나며 약세를 보였다. 이 외에 울산(바다·해변 3위), 전남(낚시 2위), 강원(물놀이·해양스포츠 2위) 등도 부문별 강점을 드러냈다.
물놀이·해양스포츠 부문에서는 부산 수영구가 1위(37.1%)에 올랐다. 광안리 해변의 요트투어, 야경, 대형 이벤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뒤이어 삼척시(34.2%), 양양군(34.1%)이 바짝 뒤를 쫓았다. 삼척·양양은 서핑과 캠핑 등 레저형 여행의 확산이 순위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낚시 부문에서는 인천 옹진군이 1위(33.8%)를 차지했다. 선재도, 영흥도 일대의 낚시터 인프라가 특히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신안(2위), 진도(3위), 완도(4위), 고흥(5위)도 낚시 명소로 주목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충남 태안과 경북 영덕이 세 부문 모두 10위권에 진입하며 다목적 해양 여행지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해수욕이 아닌 복합형 해양관광의 수요 증가를 보여준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해양 여행자원 3개 분야 추천율 상위권 지역은 과거보다 세분화되면서 바다·해변 1위로 떠오른 삼척은 물론 물놀이·해양스포츠의 경기 시흥, 낚시 명소 경북 포항 등 단번에 수십 계단씩 도약한 신예 지자체가 다수 눈에 띈다"고 밝혔다. 이어 "해수욕·휴양 위주의 정적 콘텐츠에서 서핑·요트·캠핑 등 동적 콘텐츠로 수요가 다양해진 데 따른 것"이라며 "지자체의 콘텐츠 개발 역량과 브랜드 전략이 향후 순위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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