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서울 명동 본점이 지난 5일 있었던 '폭파 협박글'로 영업을 중단하고 고객을 대피시킨 데 따른 손실이 5억~6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그러나 피의자가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알려지며 백화점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는 공중협박 혐의로 중학교 1학년생 A 군을 조사 중이다. A 군은 이달 5일 낮 12시 36분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신세계백화점 본점 절대로 가지 마라. 내가 어제 여기에 진짜로 폭약 1층에 설치했다. 오늘 오후 3시에 폭파된다"고 적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 군은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서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신세계 측은 A 군의 글로 인해 본점의 영업을 약 2시간 30분 동안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했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평일 해당 시간의 본점 매출액은 약 5억~6억 원으로, 그만큼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A 군이 촉법소년에 해당해 학생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이 면제된다. 대신 가정법원에서 사회봉사, 소년부 송치 등의 비형사적 제재인 보호처분을 받는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물어내야 하는 민사 책임이다. 민법은 미성년자를 ‘책임무능력자’로 보고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민법상 미성년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는 이를 감독할 법정 의무가 있는 부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만큼 민사상의 손해배상 원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촉법소년 관련 범죄는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년보호사건 현황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22건에서 2023년 2만289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촉법소년 사건의 증가로 전체 소년보호사건의 경우 2019년 3만6576건, 2020년 3만8590건, 2021년 3만5438건, 2022년 4만3042건, 2023년 5만94건이 접수됐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촉법소년의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자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계속됐다.
윤석열정부는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1살 내리는 내용의 소년법·형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2022년 12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법률안 10건이 심의·의결됐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6·3대선 당시 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절도·폭력 등 이른바 ‘흉악범죄’에 대해 현행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거나 특정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대신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진행되도록 처벌을 강화한 내용의 개정안 6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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