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전남 무안에서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호남 민심 잡기’ 행보를 이어갔다. 정 대표는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이 몰려 있는 호남에 ‘표 나는 지원’을 약속하며 내부 결집을 노렸다. 한편으로는 “광주 영령들이 바라는 뜻대로 내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국민의힘과 거듭 각을 세웠다.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정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만약 윤석열(전 대통령) 일당의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불귀의 객이 되어 어디에서 시신도 찾지 못하고 혼령만 모시는 처지가 됐을지 모른다”며 “내란 책임자들을 철저하게 단죄하지 못하면 언제 또다시 윤석열과 같은 독재자가 나타나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할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내란 사과 없이는 국민의힘과 협치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노상원(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려 했는지”라며 “그 노상원 수첩과 타협할 수 있나. 악수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거듭된 야당과의 대립각 행보에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예방하지 않는 것은 야당 무시가 아니라 합헌 정당으로 돌아오라는 정중한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발언 자체가 굉장히 위헌적인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정 대표는 밖으로는 대야 강공 모드를 이어가는 한편 안으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이달 2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전남 나주 수해 현장을 찾았다. 6일에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 3선 서삼석 의원을 지명했다. 그는 이날 전남 무안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표시 나게, 실천으로 보답해야 할 때”라며 “호남발전특위에서 호남 발전 방향에 대해 보고하면 그 내용을 가지고 정부와 협상하겠다”고 했다. 이날 구성한 호남발전특위 위원장으로는 서 의원을 임명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 불참한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불호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조승래 사무총장에게 “왜 안 왔는지 사유를 조사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당내 비주류 출신인 정 대표가 ‘기강 잡기’를 시도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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