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가 7일 공식 발효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13년 만에 종료되면서 이제는 15%의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글로벌 무역 질서도 격변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발효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하나의 관세 폭탄을 던졌다. 그는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다만 미국에 공장을 건설했거나 건설을 약속한 경우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액이 106억 달러로 자동차에 이어 2위 규모다. 그러나 중국·대만·베트남 등에서 조립·가공해 수출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100% 관세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의 목적이 리쇼어링임을 분명히 밝힌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00%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미국 측이 제시한 반도체와 의약품의 최혜국대우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말 바꾸기와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에만 관세 특별 조치를 명시하고 일본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5%의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며 뒤통수쳤고 EU와 일본의 대미 투자 금액을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한미 간에도 농산물과 투자 펀드 등 일부 이견이 남은 분야에 대해서는 언제든 추가 협상과 개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이달 중 열린다고 한다. 관세 협상 타결로 큰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은 또 하나의 고비가 될 수 있다. 대미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미뤄졌던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동맹 현대화 등 안보 관련 청구서들이 한꺼번에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교한 전략과 국익 중심의 협상이 절실하다. 미국 측이 합의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거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각 수정을 요구하며 협상 변경을 막아야 한다. 대미 투자도 단순히 ‘돈만 내는 물주’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투자 펀드의 운용 주체가 돼야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의 창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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