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이 7일(한국 시간) 입단한 LA FC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대표 구단 중 하나다. 미국 스포츠비즈니스 매체 스포티코가 5월 조사한 글로벌 톱50 축구단 가치에서 16위(12억 8000만 달러)에 올랐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있는 인터 마이애미(17위)보다도 높은 MLS 최고 순위다. MLS는 빅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 끼지 못하는 변방 리그이기는 하지만 하부 리그 강등이 없어서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한 구조, 경기장 등 인프라, 오너십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리그로 꼽힌다. LA FC의 구단 가치는 인터밀란(15위·이탈리아) 바로 다음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22위)을 앞선다.
1996년 출범해 올해 30년째를 맞은 MLS는 새로운 30년을 위해 ‘MLS 3.0’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MLS 3.0은 봄에 시즌을 시작해 가을에 마치는 현재의 춘추제에서 유럽처럼 가을부터 봄까지인 추춘제로의 전환, 세부적인 경기 일정 변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골자로 한다. 과거 나이 든 스타급 선수들의 종착지라는 인식이 강했던 MLS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을 찍고 빅 리그에 진출하는 젊은 선수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MLS는 26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지난해 기준) 수준인 시장 규모를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발판 삼고 2032년 48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타이밍에 손흥민의 합류는 LA FC 한 구단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EPL 토트넘에서 10년을 뛰며 8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 2021~2022시즌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23골), 10시즌 통산 공식 경기 173골 101도움을 남긴 레전드의 ‘강림’에 돈 가버 MLS 커미셔너가 나서 손흥민의 모습과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문구가 들어간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다저스(야구)와 클리퍼스(농구), 차저스(풋볼) 등 LA 연고 프로팀들도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게시했고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 또한 “MLS와 LA에 온 것을 환영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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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FC는 이날 “토트넘으로부터 손흥민을 완전 영입했다”고 발표하며 “축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손흥민은 2027년까지 연봉 제한이 없는 ‘지정 선수’로 등록되며 계약에는 2029년 6월까지의 연장 옵션이 포함된다. LA FC가 토트넘에 지불할 이적료는 MLS 사무국 추산 최대 2650만 달러(약 365억 원)로 MLS 사상 최고액이다. 메시는 전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과 계약 기간 만료 후 옮겨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연봉으로 870만 달러(약 120억 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영국 매체는 전망했다.
홈구장 BMO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존 소링턴 LA FC 단장은 “손흥민은 세계적인 아이콘이자 가장 역동적이고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 구단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경기장 안팎에서 지역사회에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손흥민은 “LA FC는 처음 고려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존(소링턴 단장)한테서 전화를 받은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마음이 공허할 정도로 토트넘에 모든 것을 쏟았기에 새로운 챕터가 필요했고 LA행을 택했다. 이기기 위해 여기에 왔다. 신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LA 한인 분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LA FC는 현재 서부콘퍼런스 6위다. 동부콘퍼런스 5위 인터 마이애미와는 챔피언결정전인 MLS컵에서나 만나는 일정이라 이번 시즌 메시와의 맞대결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그런 상징적인 선수가 커리어의 만년과 그 이후의 삶을 도모하는 데 미국은 좋은 선택지다. 베컴, 티에리 앙리, 메시 등이 간 길을 따라가는 셈”이라며 “프랑스 리그 출신의 가봉 대표팀 공격수 드니 부앙가와 좋은 호흡을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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