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과 ‘구속 수사만은 막아야 한다’는 김 여사 측이 6일 특검의 첫 소환 조사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관련 각종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한 특검팀은 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첫 소환 조사에서 수사가 많이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금품 수수 의혹 사건부터 조사했다.
김 여사에 대한 첫 조사가 이뤄지면서 향후 관심은 특검팀이 추가로 불러 조사할지, 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에 모아졌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를 조사할 혐의가 많이 있기 때문에 김 여사를 최소 한두 차례 추가로 소환 조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현재 특검팀은 김 여사와 관련한 16개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집사 게이트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사건은 김 여사에 대한 기초적인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관련 증거 확보와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 절차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조사에서 김 여사가 특검팀의 대부분 질문에 답은 하면서도 특검이 제기하는 의혹은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특검팀도 추가 조사보다는 7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여러 사건 피의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는 만큼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나 명 씨 관련 의혹의 경우 구속에 필요한 증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현재 확보한 증거 등 정황만으로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의 주범들과 구체적인 의사를 교환했거나 이익 배분을 약속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익 분배 약정은 증거로서 부족하다”며 “손실 보전 약정과 같은 다른 증거가 나와야 주가조작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기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검은 전날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동시 조사하며 김 여사가 진술을 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가조작 사실 인지 △수익 분배 조건으로 자금 유치 △인위적인 시세조종 등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명 씨와 관련된 공천 개입 의혹은 관계자들의 엇갈린 진술로 인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은 당선인 신분을 이용해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적 판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업무방해죄 적용도 함께 검토 중이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공천관리위원들의 자율적 판단을 방해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김 여사 측은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방식을 통해 도망의 염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불구속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김 여사 측이 이날 특검 출석 전후로 “최대한 성실하게 특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향후 구속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법원 영장전담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불출석하거나 출석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하지만 김 여사 측이 특검에 수차례 출석해 모든 입장을 말하겠다고 한 것은 구속을 막기 위해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 여사 의혹으로 지목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도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많은 의혹들이 아직 김 여사 연루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 조사가 더 있어야 구속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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