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오늘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팀이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김 여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를 찾는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사무실로 소환해 첫 조사를 진행한다. 김 여사는 출석 당일 건물 1층에 마련된 언론의 포토라인을 지나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올해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64일 만이다.
오정희 특검보는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순서는 공개가 어렵다”며 “별도 티타임은 없고 휴식 시간은 정해진 원칙에 따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혐의가 많아 조사가 하루 만에 끝나기 어려워 심야 조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여사 측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혐의별 분리 조사, 조사 사이 3~4일 휴식 보장, 오후 6시 이전 조사 종료 등을 요청했으나 특검팀은 별도의 협의 없이 예정된 일정에 따라 출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김 여사 측은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보는 추가 조사 진행 가능성과 심야 조사 여부에 대해 “통상적인 실무 절차에 따라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는 특검에 파견된 부장검사들이 주도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씨 공천 개입 의혹(뇌물수수·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건진법사 청탁 의혹(알선 수재), 명품 목걸이 재산 신고 누락 의혹(공직자윤리법 위반), 그리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허위 사실 공표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조사는 수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 의혹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주도한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자금을 대 전주로 참여해 시세조종을 방조하거나 공모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검은 서울고검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과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조사에서 유의미한 진술이 확보되면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시 이 사건 관련 혐의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은 주요 혐의와 관련해 압축적으로 약 1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특검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혐의 사실을 적극 소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은 “건강이 좋지 않지만 아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성실히 진술할 것”이라며 “진술거부권 행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달리 특검 조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체포영장 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 전 대표가 전날 구속되면서 특검팀의 수사에 동력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1차 주포’로 지목된 이정필 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839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이 씨에게 “김건희나 VIP(윤 전 대통령)에게 얘기해 집행유예가 나오도록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이달 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조병노 구명 로비에 연루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구속은 김 여사가 입을 열도록 압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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