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정치 시위에 생리대를 사용한 행위가 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이 시위는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가 '생리 빈곤'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더욱 키우고 있다.
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민주행동당(DAP) 소속 남성 당원 수십 명은 최근 외부 지역 출신 인사의 상원의원 임명에 반발하는 시위 도중 입에 생리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이 행위를 "생리대처럼 두껍고 흡수력이 강한 침묵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DAP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여성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생리대는 여성의 일상을 상징하는 물건이지 정치적 조롱 수단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DAP 여성위원회 대표 테오 니 칭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학교에 결석하는 여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은 정치 시위를 위해 막대한 양의 생리대를 낭비했다"고 지적하며 공분을 샀다.
전국여성행동협회(AWAM) 또한 이번 시위를 "몰상식하고 퇴행적"이라 규정하며, "생리대를 정치적으로 전유하는 것은 매우 무감각하고 여성혐오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일부 여성 당원들까지 시위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이번 논란은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수하캄)가 '생리 혐오'와 '생리 빈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에 터져 더욱 주목받았다. 보고서는 "생리용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13~17세 여학생이 상당수"라며, 일부 학교에서는 '생리 점검'이라는 아동 학대성 관행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농촌 지역 소녀들 절반 가까이가 생리용품을 구하기 어렵다"고 증언하며 생리 빈곤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시작된 이번 시위는 결과적으로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고 조롱하는 행위로 비치며 현지 네티즌들은 "어리석은 행위", "튼튼한 테이프를 쓰지 그랬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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