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내 부문 정보기관인 보안국(MI5)의 사상 첫 여성 국장으로 재직했던 스텔라 리밍턴이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4일(현지 시간)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밍턴은 이날 가족들이 임종한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1969년 MI5에 합류한 리밍턴은 국가 전복 음모 대응과 대테러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국장을 지내는 동안 MI5는 아일랜드 공화주의 무장 세력과의 싸움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았다. 첩보 영화 ‘007’ 시리즈에서 배우 주디 덴치가 맡아 제임스 본드에게 임무를 지시하고 보고받는 해외 정보 부문 비밀정보국(MI6) 국장 ‘M’이 리밍턴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6에는 그동안 여성 국장이 없다가 블레이즈 메트러웰리가 내정돼 올해 가을 취임 예정이다.
리밍턴은 재임 기간 MI5 업무의 투명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1994년 한 공개 강연에서 그는 “우리는 물론 효율성을 위해 정보의 기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비밀 조직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1996년에는 기사 서훈을 받아 ‘경(Sir)’의 여성형에 해당하는 ‘데임(Dame)’ 칭호를 받았다. 은퇴 이후에는 작가로 활동하며 정보기관에서의 삶을 다룬 회고록 ‘오픈 시크릿(Open Secret)’과 스릴러 소설 여러 편을 남겼다. 켄 매캘럼 현 MI5 국장은 성명에서 “리밍턴은 오랜 장벽을 무너뜨리고 리더십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며 “리밍턴의 리더십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는 MI5의 업무와 관련해 개방성과 투명성의 시대를 열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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