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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지키는 골프와 삶이 훨씬 더 재밌고 유익합니다”…이성태 대한골프협회 치프 레프리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 릴레이 인터뷰

입문부터 ‘룰대로’ 실천 덕에 경기위원 인연

지인들과 칠 땐 분위기 위해 명랑골프 즐겨

룰원칙은 성실, 코스보호, 타인에 대한 배려

규칙 이해하면 동반자끼리 다툴 일도 줄게돼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회 복장을 차려입고 포즈를 취한 이성태 대한골프협회 치프 레프리. 사진=김세영 기자




1990년대 후반 제주 골프계에선 한 젊은 아마추어 골퍼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실력이 아니라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그는 룰에도 해박했다. 제주골프협회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레프리(경기위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성태 대한골프협회(KGA) 치프 레프리 이야기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의 경우처럼 아마추어 골퍼가 소위 ‘레크리에이션 룰’이 아니라 규칙대로 골프를 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 위원은 어떻게 ‘골프 룰대로’를 실천하게 된 걸까.

“제가 서른 살 때부터 고향 제주에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서른세 살 때 지인이 골프채를 선물로 주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하게 됐지요. 집 근처 연습장을 다녔는데 거기 프로는 골프는 볼이 놓인 상태 그대로 쳐야 한다는 것 같은 골프 규칙도 가르쳐 줬어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출 때까지 모임이나 지인들과 가볍게 즐기는 라운드는 거의 안 하고 그 프로와 골프를 쳤지요. 그러다 보니 규칙 지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됐어요.”

규칙을 지키면서 골프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혹시 동반자들에게도 깐깐한 룰 적용을 강요해 라운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명랑골프는 명랑골프대로 즐겨야죠. 첫 홀 일파만파(한 명이라도 파면 모두 파)나 디봇에 빠진 볼 또는 벙커 내 발자국에 빠진 볼을 빼서 치는 것, 깊은 러프에서 언플레이어블 볼 처리를 할 때 페어웨이로 나오는 것, 카트 도로 구제 때 페어웨이 드롭 등은 허용을 해요. 다만 저에게는 엄격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반드시 지켰으면 하는 몇 가지 원칙도 있다. 볼을 너무 과도하게 옮긴다거나 알까기(볼이 분실되거나 OB가 났을 때 몰래 다른 볼을 놓는 행위), 러프 등에서 페널티 없이 볼을 꺼내는 행위 등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성태 위원은 골프 입문 때부터 '룰 대로' 플레이를 한 덕분에 경기위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사진=김세영 기자




이 위원은 깐깐한 원칙주의자이지만 개인적으로 완화가 됐으면 하는 룰도 있다. 예를 들어 스트로크플레이를 할 때 티잉 구역 밖에서 티샷을 했다면 일반 페널티(2벌타)를 받고 다음 홀 티샷 전에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다음 홀 시작 전에 그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실격이다. 이 위원은 “이런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얻는 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다. 때문에 실격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봇이나 벙커 발자국 내 볼에 대한 페널티 없는 구제는 골프의 기본 원리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골프 규칙 보급에도 힘을 쓴다. 대회 때 캐디들이나 골프 모임 동반자들의 스마트폰에 규칙 앱을 깔아주기도 한다. 이 위원은 규칙을 알면 골프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골프를 치다 보면 동반자끼리 룰 문제로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때 올바른 규칙 해석이 있어야 게임에 공정성이 생기지요. 경기 결과나 승부에 대한 불만도 없게 되고요. 또한 규칙은 성실하게 행동하고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규칙을 알면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다툴 일도 줄어듭니다.” 이 위원은 규칙 책을 구매해 정독을 하거나 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자주 묻는 규칙(FAQ)만 보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규칙을 다루는 그의 일상생활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자동차 속도위반 같은 건 하지 않을까? “에휴~. 저도 사람인데 완벽할 순 없지요. 급할 때 단속 카메라 없으면 가끔 과속도 해요.” 이 위원은 그러나 정직하게 살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다는 원칙 등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기본적인 규범은 반드시 지키려고 한다.

그런 삶의 자세는 냉동 관련 부품을 취급하는 그의 사업에도 도움이 됐다. 한 번은 한 회사와 계약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뒤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업체로 바꿀 수 있었지만 한 번 맺은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당장 어려움이야 있었으나 상호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서다. 나중에 그 회사 대표가 사정을 알고 난 뒤에는 고맙다며 상당한 금액의 물품 지원을 해줬다고 한다. “저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죠.”

그에게 코스를 평가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물었다. “자연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봐요. 최근에 가본 어떤 골프장은 주변 환경과 너무 이질적이어서 마치 ‘괴물’ 같았어요. 가장 자연스러운 코스가 가장 좋은 코스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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