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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보다 무서운 안보청구서…"주한미군 역할·성격에 변화"

■ 조현, 루비오와 첫 만남

주한미군 조정 가능성 이례적 언급

中견제 등 한미군사동맹 현대화

루비오도 '대만해협 평화' 강조

대북태세 빈틈·방위비 증액 우려

조현(왼쪽) 외교부 장관이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외교부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관련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가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 이어 방위비 청구서가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국방비 증액 요구 등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배경으로 “국제 정세 변화, 기술적 변화, 중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등을 꼽았다. 그동안 미국 정부나 싱크탱크에서 ‘동맹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주한미군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오기는 했지만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미국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역시 이러한 발언이 전해지자 “해당 관계자의 취지는 주한미군 역할 및 성격 변화와 관련한 미측 언급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조정은 미 정부가 ‘중국 견제’라는 최우선 과제를 중심으로 구상 중인 한미 동맹 현대화의 일환이다. 그동안 대북 억제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이 앞으로는 중국 견제라는 새 목적에 맞게 효율화돼야 하며 한국 역시 이를 위해 주한미군 감축·재배치를 받아들이거나 국방비를 증액하는 등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미국의 장기적인 기조는 해외 미군이나 전략 자산을 최대한 효율화하면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주한미군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태 지역의 지휘통신 체계 변화 등까지 아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는 “서로의 영토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각자 헌법상 수속에 따라 행동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전까지는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을 경우만을 상정했다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경우 동맹국인 한국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첫 외교장관회담에서 이런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두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대북 공조를 약속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시 한국 패싱(배제)의 우려는 줄었지만 회담 결과에는 “동맹 현대화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 국무부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회담에서는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러나 이 같은 ‘현대화’가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주한미군 조정으로 인해 대북 대응 태세에 빈틈이 생길 가능성 때문이다.

이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조정,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 등의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관세 협상 타결을 축하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예를 들어 미국은 연 10억 달러(약 1조 3700억 원) 규모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자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트럼프 2기 정부의 국방 전략을 담은 ‘2025 국방전략(NDS)’이 확정되기 전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NDS는 미국 본토 방어와 인태 지역에서의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비용 분담 증가 등을 우선시하라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동맹 현대화 구상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만큼 시간을 갖고 우리 국익에 맞춰 논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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