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과 연락하며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을 특정하고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들이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의원 총회 장소 변경 등 당내 의사 결정을 주도하며 비상계엄이 해제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이 12·3 비상계엄을 사실상 방조한 국무위원 라인과 이에 동조한 당시 여당 인사들을 동시에 겨냥하는 등 이른바 ‘쌍끌이’ 수사에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 가운데 당내 단체 대화방과 통신 기록 등에서 계엄 해제 반대 흐름을 주도한 5인을 핵심 수사선상에 올리고 소환 시점과 증거 확보 절차를 가다듬고 있다. 이들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던 2024년 12월 3일 밤에서 4일 새벽 사이 의원총회 소집 및 장소 변경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로 특검은 해당 의총의 기획 및 실행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화나 별도 방침 공유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 수사 대상 범위에 국회 계엄해제안 의결 방해도 포함돼 있다”며 “특정 정당에 한해서만 조사하지는 않고 필요한 경우 모두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와 약 1분간 통화했고 4분 뒤인 11시 26분께는 나경원 의원과도 약 40초간 통화한 것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수단이 확보한 비화 폰 기록에서 확인됐다.
관련기사
이후 국민의힘 비상 의총 장소는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나 오락가락하며 변경됐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엄 해제 논의가 표류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12월 4일 오전 1시 3분 개의된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단 18명에 불과했다. 특검은 이와 같은 의총 동선과 장소 변경 흐름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유지 기조와 맞물려 실행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전담해 사실관계를 검토할 수사팀을 이미 꾸린 상태다. 앞서 특검은 내란 방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추 전 원내대표, 내란 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나 의원 사건을 각각 이첩 받아 관련 기록을 검토해왔다. 다만 나 의원은 피의자로 전환되지는 않았으며 서울경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기초 조사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 5인에 대한 소환 및 증거 조사 시점을 조율 중이다. 이 전 장관이 계엄 실행을 주도한 관료 라인의 핵심 인물로 구속될 경우 특검은 곧바로 정치권의 방조·공모 수사로 수사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 관료 실행 → 정치적 방조’로 이어지는 ‘삼각 공모 체계’의 연결 고리를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특검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안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계엄 해제 표결 당시 현장에 있었고, 특검법에 찬성한 유일한 국민의힘 의원으로 당시 여당 내 의사 결정 흐름과 이탈 배경, 표결 분위기 등을 파악하려는 목적에서 특검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