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형상화한 붉은 조각상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27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 거리 예술가 제임스 콜로미나(James Colomina)가 지난 23일 뉴욕 맨해튼 이스트 42번가와 2번가 교차로 맨홀에 해당 조각상을 설치했다.
맨홀에서 상반신만 드러낸 트럼프 조각상은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채 입을 굳게 다문 모습으로 고층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열린 맨홀 옆에는 붉은 쥐 한 마리가 외부를 응시하듯 배치돼 시선을 끌었다.
조각상이 설치된 곳은 뉴욕의 상징인 크라이슬러 빌딩 바로 맞은 편으로, 트럼프 타워에서도 불과 1.6km 떨어진 곳이다.
콜로미나는 “크라이슬러 빌딩은 권력과 상승, 건축학적 자부심을 상징"이라며 "수직으로 솟은 기념비와 하수구에서 나오는 기괴한 인물 사이의 극명한 대비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가 자신의 이미지와 제국, 전설을 쌓아올린 곳이 바로 뉴욕이기 때문에 이곳에 조각상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콜로미나는 도쿄, 바르셀로나, 파리 등 세계 각지에 실물 크기의 붉은색 조각상을 설치하며 사회를 풍자해 온 거리 예술가다. 이번 작품도 프랑스 작업실에서 약 3주간 제작한 뒤 뉴욕 현지에서 조립해 설치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품 사진을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비틀어 ‘미국을 다시 더럽게’(Make America Grime Again)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Grime은 오물 또는 더러움을 뜻하는 단어다.
이에 대해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도적 존재감을 예술로 재현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지만, 진정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모방은 최고의 찬사라고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작가는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든지 미술 기초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각상은 설치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당국에 의해 철거됐지만, 전 세계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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