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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직자 과잉수사 자제" 檢에 주문한 정성호

위험 기피 현상→소극 행정·경영 위축

진술 경청…범죄 안 되면 신속히 종결

"공직·기업인 일할 의욕 꺾지 말아야”

檢 고위 인사도 기업수사통 대거 배제

공직자 對기업 기계적 소송 줄어들 듯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범도함 인도 지연에 따른 355억 원 규모의 지체상금 부과 관련 소송 1심에서 HD현대중공업이 승소하자 방위사업청은 즉각 항소했다. 납품 지연 문제는 협상으로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지만 결국 오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양측의 분쟁이 6년 넘게 이어진 것을 두고 ‘방사청 공무원들이 직권남용에 대한 검찰 수사 등 법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기계적 항소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9일 대검찰청에 ‘공무원·기업인에 대한 과잉 수사를 자제하라’고 지시하며 검찰 수사 ‘체질 개선’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직무대리 검사에 대한 원대 복귀 검토와 고검·검사장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에 이은 광폭 행보다.

정 장관은 이날 ‘공직 수행 및 기업 활동 과정에서의 의사 결정에 대한 사건 수사 및 처리 시 유의 사항’을 통해 대검에 “기업인들에 대한 배임죄 수사와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죄 수사를 신중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공직 수행, 기업 경영상 판단을 사후적으로 직권남용죄나 배임죄로 수사·기소해 공직·기업 내 위험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소극적 행정과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 장관은 “공직자·기업인 등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고 축적된 판례에 비춰 관련 증거와 법리를 면밀하게 판단하라”며 “고발 등 수사 단서 자체로 범죄 불성립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속히 사건을 종결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직 수행 및 기업 활동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사 기소에 있어 공직 수행과 기업 활동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이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같은 지시를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도한 정책 감사의 폐단을 차단하고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를 신중하게 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의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 없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삼성 부당 합병, 회계 부정 사건과 같이 검찰이 ‘무조건’식으로 기소한 사례가 최근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 이번 지시에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다며 2020년 이 회장을 기소했다. 수사와 재판만 5년가량 끌었지만 결국 1·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13회의 압수수색과 약 300명을 상대로 한 860여 회의 소환 조사 등으로 경영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 대통령에 이어 정 장관까지 경고성 지시를 내리면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는 민생 범죄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한 구자현 서울고검장도 ‘검찰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취임사를 냈다. 구 고검장은 “겸손한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25일 검찰 고검·검사장 등 고위 간부 인사에서 특수 수사 라인들이 승진에서 대거 배제된 점 또한 수사의 무게 추가 기업·공직자 부패에서 일반 형사사건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보면 기업 수사를 주로 하던 특수통 검사들은 대거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검찰 인사도 대대적으로 물갈이가 단행됐다. 다음 주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역시 ‘특수 수사 라인 배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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