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일부 역사(대합실)의 내부 체감온도가 40도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다. 찜통 더위 속 출근길 시민들이 사실상 '야외보다 더 더운 실내'에서 견디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회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은 28일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1~8호선 주요 17개 역사 온도 표본 측정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오전 8시, 오후 3시, 6시에 걸쳐 측정된 온도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측정 대상은 지상역 6곳과 지하역 11곳이다.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곳은 3호선 옥수역이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기준 39.3도를 기록했고, 오후 6시에도 38.1도로 떨어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2호선 성수역도 39도까지 치솟았다. 두 곳 모두 냉방시설이 없는 지상 역사다.
냉방설비가 없는 지하 역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현역과 한성대입구역은 같은 날 오후 3시 기준 각각 31도를 기록했다. 서울역처럼 냉방설비가 갖춰진 대형 지하 역사조차 지난 24일 오후 3시 30.2도를 나타냈다.
23일 측정 기준으로도 옥수역은 38.1도, 성수역 37.1도, 창동역 33.5도를 기록해 기준온도인 29도를 훌쩍 넘었다.
지하 역사 중 건대입구역은 31.6도, 암사역은 31.5도로 32도에 육박했다. 지상보다 지하가 상대적으로 수치는 낮았지만 밀폐된 구조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직장인 A씨는 "역사 내부에 떡을 파는 노점이 있는데 더위에 다 상할 것 같다"며 "출근길은 인파도 많아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진 더위에 허덕이게 된다"고 말했다.
2호선 건대입구역을 이용하는 대학원생 B씨는 "냉방시설이 조성된 고객대기실에서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으면 승강장에 있을 수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당시 서울의 외부 최고 기온은 23일 33.3도, 24일 34.1도였지만 상당수 역사 내부 온도는 이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지상 역사 25곳 중 9개 역사 14곳에 '동행쉼터'(냉·난방설비가 있는 고객대기실)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6개 역사에 대해서는 오는 29일부터 냉방 보조기기 60대를 순차 투입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역사 실내 온도는 27~29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역사 내부가 덥다'는 민원은 2022년 752건에서 2023년 998건, 작년에는 1274건으로 2년 만에 70%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이미 128건이 접수된 상태다.
김지향 의원은 "지하철 역사 내 더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폭염은 명백한 재난인 만큼 서울시는 재난관리기금과 예비비를 동원해 모든 역사에 긴급 냉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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