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코바나컨텐츠 협찬과 샤넬백 등 금품 수수, 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김 여사 자택 외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김 여사 일가 자택 등 8곳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다음 달 6일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특검은 앞서 김 여사 측이 조사 시간 조율 등 요구 사항을 전달하자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김 여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홍주 특검보는 25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에서 열린 정례 기자 간담회를 통해 “금일 김건희 여사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주거지인 아크로비스타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서울 금천구 소재 컴투스 사무실, 컴투스홀딩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15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20곳 이상의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은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컴투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회사 주식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컴투스는 코바나컨텐츠의 ‘르 코르뷔지에 전(展)’ 등 전시회에 2억 1950만 원을 협찬했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과 관련해 특검은 후원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검은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이날 특검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송파 자택과 오빠 김진우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강제수사 대상에는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한 미개발사업 시행사 ESI&D 사무실 외에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온요양원 등도 포함됐다.
특검은 또 개발 사업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양평 자택과 국회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등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특검은 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이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 인근으로 변경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국토부 등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또 다른 사건인 공흥지구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하며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실체까지 접근하기로 수사 노선을 변경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SI&D는 최 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오빠 김 씨가 대표인 가족기업으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양평군 공흥리 일대 2만 2411㎡에 35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ESI&D에 개발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았으며 사업 시한을 1년 8개월 넘겼음에도 이를 임의로 연장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날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해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금품 수수 의혹과 명태균 씨 공천 청탁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날 특검은 전 씨의 지시로 샤넬백을 같은 브랜드 다른 제품으로 직접 교환해준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전 씨가 본인 휴대폰에 ‘건희2’라는 이름으로 저장한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인 정지원 전 행정관을 사무실로 불러 김 여사의 금품 및 향응 수수 여부 등도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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