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예정됐던 ‘한미 2+2 통상 협상’이 돌연 취소됐다. 기획재정부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협상이 열리지 못하게 됐고, 미국 측이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2차 방미에 나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면하기 어려워 유선 협의를 진행해 다음 달 1일이 시한인 한미 관세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출국 한 시간 전 취소 통보를 받았고 다음 일정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외교적 결례이지만 미국 측은 협상 일정에 대해 구체적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장 개방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 타결에 근접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는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또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5%의 상호관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협상 상대국에 대한 강한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 협상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우리는 수출 경쟁국 일본의 관세 합의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실용적 협상에 임해야 한다. 적어도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 15%보다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과 4000억 달러(약 54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 한미 동맹의 인도태평양 확장 등과 관련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미 관세 협상은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고차방정식이다.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전략적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대규모 대미 투자나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에서는 노동자·농민 등 지지층만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 균형을 따져야 한다. 정부는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국 측과 우리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막판까지 국익 극대화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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